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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일사일언] 날마다 소소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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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신견식·번역가


올해도 어느새 절반만 남았다. 이제 여름이니 벌써 계절이 두 번이나 나가고 들어온 셈이다. 지금까지 새해 결심을 지키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흔히들 새해에 이런저런 결심을 하는데 세계 어디든 비슷하다. 바빌로니아 사람들도 그랬다니 역사도 참 길다. 술·담배를 끊겠다, 운동을 하겠다,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 등 스스로를 가다듬는 결심이 대부분이다. 당장 안 한다고 크게 손해를 볼 일이 없으니 아무래도 작심삼일로 끝날 때도 많다.

돌이켜 보면 여태까지 뭔가 딱 부러진 결심을 한 적이 없다. 담배도 20대 시절 몇 년 피우다 끊긴 했으나 독하게 마음먹은 것도 아니었으니 그걸 결심으로 봐야 할지 아리송하다. 남들이 자주 겪는다는 금단 증상도 없었다. 다들 연중행사로 하는 결심이니까 청개구리처럼 안 한 것도 같고, 아니면 귀찮아서 그런 생각조차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올봄에는 결심을 하나 했다. 집에서 일하다 보니 많이 안 움직이는 편이었는데 마흔 넘어서까지도 딱히 크게 문제가 없다가 40대 중반에 접어드니 따로 운동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제 웬만하면 날마다 한두 시간쯤 산책하거나 여건이 안 되면 집 안에서라도 몸을 푼다.

결심은 철이 따로 없다. 꾸준히 지키는 게 문제다. 어쩌다 하루 이틀 운동을 거르면 귀찮은 기운이 슬슬 올라온다. 그걸 바로 때려잡지 않으면 내가 당한다. 소소한 결심은 날마다 하는 게 가장 좋은 듯싶다.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의 주인공처럼 매일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결심은 늘 나를 향하지만 사회 안녕에도 이바지하겠다는 마음도 먹으면 더 좋을 듯싶다. 큰일이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생활환경을 돌보는 일도 여기에 들어간다. 그런 결심은 날마다 하기 거창하다면 적어도 철마다 한 번쯤이라도 하면 어떨까 싶다. 그래야 철든 사람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신견식·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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