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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비즈 프리즘] 소비재 산업 디지털 혁신? 뷰티 산업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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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브랜드 연 16%씩 성장 SNS 적극 활용해 소비자와 교감 온라인 전용 뷰티 사이트 인기 셀카 올려 디지털로 메이크업

김애미의 맥킨지의 빅픽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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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눈썹 화장 방법을 알려주는 화장품 브랜드 ‘아나스타샤’의 인스타그램.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620만 명에 이른다. [사진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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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은 소비자가 브랜드와 소통하고 쇼핑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일용 소비재’(FMCG, Fast-moving consumer goods) 시장에서 이러한 디지털 지각변동을 선도하는 것이 바로 뷰티 산업이다. 뷰티 산업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디지털 마케팅의 영향력이 가장 신속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분야다.

브랜드 런칭 자체를 온라인에서 시작하는 것을 ‘선천적 디지털 (born-digital)’라고 한다. 후발 브랜드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특히 시각적 속성으로 디지털 마케팅에 적합한 색조 화장 부문이 선전하고 있다. 색조 화장 신규 브랜드들은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16%의 성장을 이루며 기존 업체들보다 4배 빨리 성장했다. 덕분에 색조 화장 시장 내 이들의 점유율도 4%에서 10%로 뛰어올랐다.

뷰티 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도 늘고 있다. 신규 뷰티 기업들은 2008년 이후 전체 뷰티 업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액 27억 달러 중 절반을 유치했다. 투자의 70%가 최근 3년간 발생했다. 이렇게 신규 뷰티 브랜드들이 최근 성공하게 된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소비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참여가 늘었기 때문이다. 2016년 구글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이 검색된 주제는 뷰티였다. 유튜브에는 매달 150만 건 이상의 뷰티 비디오가 업로드된다. 짧은 온라인 동영상인 ‘브이로그’는 소비자들에게 메이크업 방법을 알려주고 있고, 뷰티 전문 ‘마이크로 인플루언서’(SNS 팔로워 수가 1만~10만 명에 달하는 개인)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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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보는 뷰티산업의 소셜미디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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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구독 순위 상위권은 앞서 언급한 ‘선천적 디지털’ 브랜드들의 차지다. 눈썹 전문 화장품 브랜드로 설립된 ‘아나스타샤’는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620만 명에 이른다. 아나스타샤는 600명의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화장법·제품 평가 등의 관심사를 SNS에 매주 평균 60건 이상 포스팅한다. 미국에서 아나스타샤의 온라인 매출은 2016년 150% 폭풍 성장했고, 전체 매출도 2012년에서 2015년까지 무려 100배 이상 성장했다.

둘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1990년대 후반 출생)는 신규 브랜드를 더 훌륭하고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률이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3배 높다. 신제품 혹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해 SNS에서 배운다는 응답률도 마찬가지로 3배 더 높았다. 이들은 신제품을 더 빨리 사보고, 수시로 선호하는 제품을 바꾸는 성향이 있다.

셋째, 신규 뷰티 브랜드들은 소셜 미디어를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소비자들과의 교감, 즉 관계 형성에 활용한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및 유튜브를 통해 제품사용 후기를 공유하도록 독려함으로써, 제품 생성 초기부터 함께 참여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넷째, 온라인·오프라인을 융합해 운영하는 옴니채널 소매업체나 온라인 전용 뷰티 사이트가 성장한 것도 한몫했다. 이들은 다양한 브랜드를 한꺼번에 경험하게 하고, 한두 명의 친구가 해주던 뷰티 조언을 커뮤니티를 통해 얻게 한다. 옴니채널 화장품 매장인 세포라(Sephora)나 울타뷰티(Ulta Beauty)의 경우 미국 내 동일점포 매출액이 각각 연간 7%·14%씩 고속 성장 중이다.

소비자들은 증강현실(AR) 앱 등을 통해 셀카를 업로드한 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채로운 화장품 제품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시험해 본다. 이후 사진을 공유해 선호도(like or not) 투표도 한다. ‘잎시’와 ‘버치박스’와 같이 신규 소규모 브랜드 제품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나왔다. 2014년 온라인 전용 화장품 브랜드에서 출발한 ‘컬러팝’은 역사상 최고속 성장을 하는 뷰티 브랜드로 성장했다. 인기 뷰티 블로그 ‘인투더글로스’에서 파생된 ‘글로시에’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에게 사랑받는 영향력 있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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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신규 브랜드들은 마케팅에 집중하며 제품 혁신 등 다른 영역들은 아웃소싱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브랜드 개발에 주력하는 전략을 통해 고정 원가를 절감하고, 신속한 혁신 사이클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신생 뷰티 기업들의 도전에 맞서 메이저 뷰티 기업들은 ▶인수합병 ▶디지털 전략 강화 ▶인큐베이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통 화장품 기업들이 인수한 뷰티 관련 업체는 52개다. 이 중 다수가 디지털 전문성을 지닌 소형 업체들이었다.

에스티로더는 신제품 ‘더블웨어 파운데이션’을 페이스북을 통해 출시하고, AR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해주고 있다. 로레알은 지난 2010년 이후 채용한 디지털 전문가가 1600명에 달하고, 디지털 관리자(Digital Officer)라는 임원 직제를 도입했다. 시세이도는 자신의 얼굴에 가상으로 색조 화장을 해 볼 수 있는 AR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부 인큐베이터를 통해 신속하게 소형 브랜드를 키워내기도 한다. 프랑스 럭셔리 그룹 LVMH는 스타트업 인재들을 유치해 뷰티 인큐베이터 ‘켄도’를 설립했다. 켄도는 마크제이콥스 뷰티·캣본디·펜티뷰티 등 빅히트 브랜드들을 잇따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뷰티 업종의 변화는 디지털 혁신에 뒤처진 다수의 소비재 업체들이 어떻게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이미 욕실 방향제, 안경 및 선글라스, 매트리스, 남성용 면도기 등의 소비재 부문에는 디지털에 주력하는 신규업체들이 등장했다. 이젠 제품의 특징에 상관없이 소비자 참여가 중요해졌다. 디지털 마케팅, 소셜 미디어 전문가는 물론 인플루언서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인큐베이터 또는 전사적 벤처투자펀드와 같이 신규 브랜드와 제품 혁신을 증진할 신규 조직도 구축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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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미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


김애미 맥킨지 한국사무소 시니어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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