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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마케도니아의 ‘전략적 국명 변경’ 국내 동의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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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명 양보하고 EU·NATO 동시가입 노리는 마케도니아

‘민족주의 성향’ 대통령 “양국 총리가 맘대로 합의…인정 못해”



호수 위로 화창한 초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일요일 오후였다. 두 나라의 오랜 대립을 끝낼 수 있는 ‘역사적’인 문서에 서명한 두 신사가 축하를 받으며 어깨동무를 했다.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가 노타이 차림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게 자신이 매고 있던 빨간 넥타이를 풀어 선물로 건넸다. 다시 한번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한겨레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7일 발칸반도의 이웃 나라인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두 나라의 국경에 자리한 프레스파 호숫가의 작은 마을 프사라데스에서 국명을 둘러싼 27년의 분쟁을 끝내는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합의에 따라 마케도니아는 국명을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바꾸기 위한 개헌 작업을 진행하고,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국명을 둘러싼 대립이 시작된 것은 1991년 마케도니아가 옛 유고슬라비아연방에서 독립하면서부터였다. 그리스인들에게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영광스런 그리스 역사의 상징이다. 당연히 “고대 그리스와 아무 관계도 없는 슬라브 민족의 나라가 우리 역사를 갈취하려 한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마케도니아 역시 나름대로 외국의 압박에 굴복해 국명을 바꿀 순 없다며 맞서왔다.

외신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발칸반도의 소국인 마케도니아가 생존을 위해 자존심을 버린 ‘용기 있는’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마케도니아의 2017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그리스의 3분의 1인 5500달러 수준이다. 별다른 국내 산업이 없는 탓에 실업률도 20%를 넘는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친유럽파’ 자에프 총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유럽연합에 가입하고, 러시아 등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나토에 가입하는 것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를 가로막는 것이 그리스와 갈등을 빚고 있는 국명 문제였다. 이날 서명식에서 자에프 총리는 “우리 두 나라는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걸어가야 한다. 발칸에서 행복한 노래를 다시 부를 때가 왔다”고 말했다.

유럽연합도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왔다. 2014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칸반도 쪽으로 영향력을 키워가는 러시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서명식에 참석해 “유럽을 평화롭게 하고 단결시키는 합의”라며 강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자에브 총리의 결단이 국내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기요르게 이바노프 마케도니아 대통령은 “양국 총리가 맘대로 맺은 합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17일 수도 스코페에선 대규모 반대 집회도 열렸다. 자에프 총리는 1차로 국회 동의를 거쳐 9~10월께 국명 개정 동의 국민투표를 시행할 예정이지만, 통과 여부를 낙관하긴 힘들다고 <아에프페>이 전했다. 그리스에서도 ‘북마케도니아’ 국명에 여전히 마케도니아란 명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국민의 70% 이상이 합의에 반대하고 있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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