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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매경이코노미 ‘비즈니스 레스토랑’ 가이드] (16) 쵸이닷 | 분자 요리의 향연…화려함·독창성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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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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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셰프테이너 시대다. 요리와 방송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셰프들이 넘쳐난다. 그 선봉에 최현석 셰프가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수요미식회’ ‘수미네 반찬’ 등 각종 먹방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오너 셰프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현석 셰프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한식 파인다이닝 ‘쵸이닷’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20년 넘게 쌓은 요리 내공을 모두 선보이는 곳이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파스텔톤의 따뜻하면서도 모던한 인테리어에 눈길을 뺏긴다. 10여개 테이블과 두 개의 룸으로 이뤄진 그리 크지 않은 공간이 아늑하다. 인테리어는 사계절 동일하되 테이블만 분기별로 교체한다. 봄에는 풀빛, 여름은 하늘색, 가을은 짙은 갈색, 겨울은 남색으로 마치 식당이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각 테이블에는 투명한 화병에 꽂힌 생화와 금빛 식탁 매트, 그리고 여성 핸드백 모양 주머니에 담긴 메뉴가 올려져 있다. 가방 속 선물을 꺼낼 때의 설렘처럼, 메뉴를 펼치는 시작부터 기대감이 샘솟는다.

쵸이닷의 메뉴는 모두 최현석 셰프가 개발한 것이다. 16명에 달하는 셰프들이 레시피를 전수받아 요리를 한다. 런치 메뉴는 거의 안 바뀌고, 디너는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한다. 독특한 모양으로 식감을 돋우는 그릇도 최현석 셰프가 직접 고른 것들이다. 스페인에서 공수한 흙이 담긴 투명한 접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하다.

쵸이닷의 런치는 대부분 이탈리안식이고 디너는 컨템포러리 퓨전식을 지향한다. 셰프의 명성과 파인다이닝임을 감안하면 가격은 합리적인 편. 점심은 1코스(메뉴 3종) 5만5000원, 2코스(메뉴 4종) 6만5000원, 디너는 단일 코스(메뉴 7종) 12만원이다. 디너를 단일 코스로 운영하는 것은 “모든 메뉴가 다 시그니처”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단, 런치에는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 ‘트러플 허니 소스로 맛을 낸 랍스터’가 대표적이다. 쵸이닷의 런치 중 최고 인기 메뉴다. 트러플 허니 소스는 송로버섯을 즙을 낸 후 꿀을 섞었다. 어린잎 위에 올려진 제법 굵직한 랍스터. 그 위에 다시 튀긴 파채가 얹혀 있다. 랍스터의 말캉쫄깃한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송로버섯 특유의 매혹적인 향과 꿀의 단맛, 어린잎의 싱그러움, 파의 알싸함과 어우러져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참신한 풍미를 자아낸다.

최현석 셰프의 특기 중 하나인 무조림 요리도 빼놓을 수 없다. 전채요리로 ‘무조림’과 ‘후추크림을 곁들인 가리비와 졸인 무’가 준비돼 있다. 전자는 크림치즈 에스푸마(거품과 무스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맛을 낸 무조림 안에 수비드(중온에서 살짝 익히는 조리 방식)한 계란 노른자가 들어 있다. 무르지 않고 제법 단단한 무조림과 버터같이 부드러운 계란의 식감이 조화를 이룬다. 무조림 위에 고명처럼 얹힌 보랏빛 식용꽃은 미세하게 상큼한 맛으로 눈과 입을 즐겁게 해준다. 후자는 구운 무조림과 구운 가리비를 교차해 담고 양옆에 치자폼(foam)을 곁들였다. 일견 비슷한 모양 덕분에 무조림과 가리비를 가려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스테이크 소스를 방불케 하는 묵직한 맛의 통후추 크림 소스는 치자폼의 새콤한 맛을 만나 중화된다.

전채요리 ‘봄구슬’은 음식 퍼포먼스의 진수를 보여준다. 설탕 공예로 만든 동그랗고 얇은 막 안에 연어 그라브락스(소금, 레몬, 후추 등에 2~3일 절인 후 잘게 자른 연어 조각)와 각종 채소가 소복하게 담겨 있다. 컵에 담아 내오는 히비스커스 트러플 드레싱을 위에 부은 뒤 막을 깨서 연어, 채소와 섞어 먹는 방식이다. 드레싱은 우려낸 히비스커스 차를 송로버섯, 꿀, 식초 등과 배합해 신맛과 농도를 절묘하게 잡아냈다. 다양한 식재료를 그림 같은 비주얼로 버무려낸 재능에 탄성이 절로 난다.

메인 요리로는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연어와 송어알을 곁들인 유자크림’이 먹음직스럽다. 보통 연어 스테이크를 바싹 구워내는 데 반해 쵸이닷은 미디엄 굽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부드러운 풍미가 잘 살아난다고. 대신 바삭한 껍질이 씹는 맛을 주니 걱정 마시라. 다소 걸쭉한 유자크림에는 송어알과 함께 굵직한 오디가 통째로 여럿 들어 있다. 새콤달콤한 오디를 한입 베어 물면 보랏빛 속즙이 유자크림을 흥건히 적신다. 마치 이 요리의 메인 소스는 나라고 서로 다투는 듯하다.

디저트로는 ‘사과 아몬드’와 ‘봄의 신부(Marry You)’ 등이 준비돼 있다. 사과 아몬드는 사과맛 케이크 위에 바닐라 크림과 어린잎, 사과 콩포트(묽은 잼), 화이트 초콜릿, 레몬 과즙 등이 아기자기하게 올려져 있다. 옆에는 초코 크럼블 위에 상큼한 그릭 요거트 아이스크림이 송편 모양으로 소담하게 담긴다. 적당히 단맛과 요거트의 건강한 상큼함이 긴 코스의 여운을 개운하게 마무리한다. ‘봄의 신부’는 음식 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일단 웨딩드레스의 접힌 주름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모양의 흰 그릇이 눈에 띈다. 초코 크럼블 위에 레드 와인 소르베가 송편 모양으로 담긴 것은 사과 아몬드와 비슷하다.

그런데 활짝 열린 붉은 반지함과 그 안에 꽂힌 영롱한 반지는 무엇이란 말인가.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그릇 빼고 다 드시면 됩니다”라는 직원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다 먹는 음식이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아 페이스트리 담당 셰프에게 요리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그는 “초콜릿 타르트 두 개를 마치 조개처럼 접붙였다. 타르트 위에는 붉은색 초콜릿을 스프레이로 고루 분사해 벨벳에 싸인 보석함의 느낌을 연출했다. 안에는 흰색 크림치즈 무스와 라즈베리 젤리로 반지와 반지꽂이 모양을 빚어냈다. 그리고 겉에는 식용 금가루를 뿌린 금색 초콜릿으로 자물쇠 모양을 장식해냈다”고 말했다.

쵸이닷 메뉴를 즐길 때는 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의 85% 이상이 와인을 곁들인단다. 조내진 쵸이닷 매니저 겸 소믈리에는 “내추럴 와인이 병 형태로 주로 팔리는 다른 파인다이닝과 달리 쵸이닷은 스푸만테나 드라이한 화이트 계열의 페어링 와인이 잘 나간다. 해산물과 분자 요리가 많은 메뉴 특성 때문이다. 음식 콘셉트에 맞춰 와인도 3개월마다 바뀐다. 페어링 와인 외에도 고객 취향에 맞게 유연하게 와인을 권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 개뿐인 룸은 6~8명이 들어가기에 넉넉하다. 6인 이상 오고 보증금 20만원을 내야 예약이 가능하다. 늘 만석인 데다 수주간 예약이 밀려 있는 만큼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인터뷰 | 최현석 쵸이닷 오너 셰프

부·명예보다 만석 레스토랑 광경 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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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음식들의 색감이나 모양이 너무 예뻐서 손을 대기가 아까울 정도다. 메뉴를 개발할 때 주안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A 무엇보다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서 맛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가장 중시한다. 이때 가장 숱한 시도와 실험이 따른다. 한 가지 요리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 80회 이상 실험한 적도 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모양을 다듬는 것은 그다음이다.

Q ‘울릉도’ ‘붕어빵’ 등 독특한 메뉴를 많이 개발했다. 현재 구상 중인 신메뉴가 있다면.

A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격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식사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 최근 아이스바 형태의 요리를 개발했다. 아이스바의 모양과 식감을 살리고 포장지까지 디자인 해서 완성도를 높였다.

Q 오너 셰프가 된 지 1년이 좀 넘었다. 쵸이닷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소감은.

A 그저 감사드릴 뿐이다. 지금 삶에 있어 가장 큰 성취감은 방송을 통한 유명세도, 경제적 성공도 아닌, 요리에 대한 고객의 만족이다. 만석이 된 레스토랑의 광경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감을 준다.

Q 향후 경영 계획은.

A 국내의 실력 있고 멋진 셰프들, 또 일본을 비롯한 해외 셰프들과 ‘컬래버레이션 디너’ 행사를 계획 중이다. 빠르면 8월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최영재 기자, 한주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63호 (2018.06.20~06.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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