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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World Science] 뒷담화, 집단 결속력 높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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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쁜 소문 들은 사람들 자신의 잘못 반성하는 효과도

"이건 너니까 하는 말인데, 우리 팀장 말이야…."

내밀한 뒷담화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러면서도 '하지 말아야 할 나쁜 행동'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뒷담화에 사람들의 결속력을 높여주고, 다른 사람을 분발하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의 순기능도 있다고 한다. 미 월간지 디 애틀랜틱 최신호는 다양한 연구 결과로 밝혀진 '뒷담화의 경제학'을 소개했다.

아이들은 다섯 살 때부터 남의 얘기에 솔깃해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한다. 영국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가 1997년 '휴먼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 간 대화의 70%가량은 부재 중인 사람에 대한 뒷담화로 채워진다. 뒷담화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그중 악의적인 내용의 대화는 전체의 3∼4%에 불과했다.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 연구진이 2014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뒷담화는 '교훈적'인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나쁜 소문을 들으면 자신이 똑같은 소문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수비하는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다른 사람에 대해 긍정적 소문과 부정적 소문을 들려줬다. 그 뒤 자신에 대한 인식을 평가하는 사회학적 테스트(SCENT)를 시행했더니, 남에 대해 부정적 소문을 들은 경우 자신을 홍보하고 방어하고자 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였다. 사회규범을 더 의식해 그에 맞추고자 한다는 뜻이다. 또 한 번 뒷담화의 대상이 된 사람은 특정 그룹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도록 자극을 받았다.

뒷담화에는 결속력을 높이는 힘도 있었다. 텍사스대학과 오클라호마대학 공동 연구진이 2006년 수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제3자에 대해 부정적 애기를 나눈 그룹이, 긍정적 얘기를 나눈 그룹에 비해 심리적으로 더 가깝게 느꼈다. 사람들은 남을 칭찬하는 것보다 험담을 하면서 결속력이 더 커지는 것이다.

로빈 던바는 자신의 책에서 뒷담화의 이런 긍정적인 기능이 문명의 초석이라고 분석했다. 과거 영장류가 서로 털을 다듬어 주며 집단의 결속력을 키웠다면, 집단의 규모가 더 커진 인류는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류를 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뒷담화가 인류가 초창기에 정체성을 공유했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더 복잡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최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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