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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고래싸움에 신흥국 등터질라 … 월가 "G2 모두 패자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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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전쟁 점입가경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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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향했던 관세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보복 조치가 난무하는 무역전쟁에서 누구를 승자로 꼽을 수 있겠나. 미국 기업들도 패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가에서 만난 금융권 인사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미·중 무역전쟁 양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에 증시 패닉을 경험했던 시장 참가자들은 또다시 무역전쟁의 쓰나미가 몰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휩싸였다.

15일 백악관이 500억달러(약 55조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조건반사에 가까운 신속함을 보였다.

미국의 관세 규모와 시행 일시에 정확히 맞춰 동등한 크기의 보복 카드를 날린 게 이목을 끌었다. 미국이 일차적으로 340억달러 규모 관세를 다음달 6일부터 시행하기로 하자 중국 정부도 이와 똑같이 보조를 맞춘 것이다. 차이점이라면 미국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공학, 신소재, 자동차 등 첨단기술 품목에 관세를 집중한 반면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을 줄 만한 농산물, 자동차, 수산물 등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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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 때문에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하는 걸 참을 수 없다"면서 "중국이 첨단기술 산업을 장악하려고 하면서 미국과 다른 많은 국가의 성장을 훼손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겨냥한 관세 조치나 비관세 장벽을 설정하려 한다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발 관세폭탄을 맞게 된 중국은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국제 의무를 위반하고 중국에 비상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은 합법적인 권익을 지키기 위해 즉각 반격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관세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어기고 중·미 무역협상을 통해 합의한 사안을 위배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500억달러 규모 대미 보복관세 외에도 미국을 포함한 일부 수출국의 요오드화수소산과 에탄올아민 등에 반덤핑 예비판정을 내리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주요 2개국(G2) 무역전쟁과 관련해 '글로벌 공황'에 대한 우려 신호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를 포함한 미국 경제학자 140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무역전쟁이 1930년대 세계 대공황 같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 전달한 공개 서한에서 "과거 대공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지금과 같은 미국발 관세 경쟁이 존재했다"며 "지금까지 발생한 무역전쟁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30년에도 경제학자 1028명이 당시 허버트 후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 전문을 첨부하면서 "과거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를 비판해온 벤 새스 상원의원은 최근 "미국이 과거 대공황을 맞게 된 주요 이유가 보호무역주의 때문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가 '미국을 다시 1929년으로'라는 의미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브렛 스티븐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최근 "후버 전 대통령의 망령이 백악관에 떠돌고 있다"며 "1930년 당시 미국에서 '스무트·홀리 법안'이 제정되며 세계 무역전쟁이 촉발됐고 1930~1933년 글로벌 무역 규모는 3분의 1 정도로 쪼그라들었다"고 전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카드가 미국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기업 심리 악화, 글로벌 공급망 타격, 미국의 대외 신인도 저하, 글로벌 금융시장 충격 등 다방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미국발 무역전쟁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국이 일대일 보복에 나서고 미국이 또다시 공격적으로 반격하는 것이며, 이는 관세 상승의 연쇄적 반응을 일으켜 가장 큰 경제 리스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심은 G2 간 무역 갈등이 이대로 확전 양상을 이어갈 것인지에 모아진다. 미·중 정면충돌은 양측에 주는 피해가 클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메가톤급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서울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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