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직통번호 교환한 트럼프·김정은…합의 이행위한 후속논의 가능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美北정상회담 이후 ◆

매일경제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웃고 있는 모습. [매경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통 전화번호를 교환한 사실을 공개함에 따라 미·북 전화 정상회담 여부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첫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수차례 추가 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일단 전화 회담이 먼저 진행되고 추후에 공식 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전화 회담은 미·북 후속협상 개시를 선언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만난 지 수일 만에 전화를 통해 비핵화, 안전보장 목표, 진정성을 재확인하고 후속협상 시작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또 백악관 또는 평양에서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하자는 의사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다음주에 미·북 후속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후속협상 주체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 통화를 통해 정상회담 성과가 미흡하다는 미국 내 비판 여론을 잠재울 수 있고, 북한 비핵화가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미·북 공동선언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첫 만남은 비핵화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추가 협상을 통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강조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또 미국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서 지위를 인정받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남북 정상 간 직통 전화에 이어 미·북 정상 간 핫라인도 구축되면 한·미·북 3국 의사소통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북한과의 전화통화 계획은 17일(현지시간)이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간에 통화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아 실제로 통화가 성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미·북 간에는 남북 정상 간 핫라인과 같은 공식 채널이 설치된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화법에 비춰볼 때 17일에 전화통화를 하겠다는 것이 다음주 중에 또는 조만간 전화통화를 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갑작스러운 발언으로 참모진이 17일 전화통화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를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통화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통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이에 대해 "직통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수시로 원활한 소통을 할 의지가 확인된 것"이라며 "양국의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연초에만 하더라도 핵 단추 크기를 놓고 강경 발언을 주고받은 두 정상이 직통 전화를 놓게 된다는 것은 미·북 관계의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폭스뉴스와 '깜짝' 인터뷰를 하면서 '아버지의 날(17일)에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북한에 전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에게 전화를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려고 한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 직통 전화번호를 전달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어려움이 생기면 언제든 나에게 전화할 수 있으며 나도 전화를 걸 수 있다. 우리는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단독 회담을 하던 중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각각 회담장으로 잠시 호출해 이들을 통해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확대회담에서 배석자들에게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자주 통화하자고 서로 얘기했다"고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전 세계 사람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내 책상 위 핵 단추를 트럼프 대통령이 없앴다. 존경받을 만하다"고 응수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