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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美서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청년해고 되레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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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고용대란 ◆

매일경제

미국에서 손꼽히는 최저임금 연구자인 윌리엄 와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분석한 것을 검토해보면 최저임금 인상이 종합적으로 볼 때 오히려 해고를 늘리는 결과(disemployment effect)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 제19차 국제학술대회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한 와셔 이사는 "최저임금을 올리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정책의 긍정적 효과만 말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올리면 돈을 아주 적게 받고 일하는 사람들 수입이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분배 정의' 측면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근로자 소득을 늘리자는 도덕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전문 기술이 없는(low-skilled) 저임금 계층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와셔 이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 청년층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저소득 젊은 층인데, 그중에서도 별다른 기술 없이 낮은 임금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로봇으로 대표되는 노동절약적 기술이 산업 현장 곳곳에 적용되면서 2000년대 이후 미국도 노동 수요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주로 자동화가 가능한 제조업 부문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데, 특히 교육수준이 낮은 젊은 계층 일자리가 취약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전체적인 일자리를 줄였느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국내 연구 결과가 들쭉날쭉이어서 미국·헝가리 사례로 분석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와셔 이사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연구들은 특정 직장이나 지역에 국한한 단기 분석에 기반했다"며 "이는 저숙련 노동일수록 '대체성'이 크다는 특징을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적응 과정에서는 고용을 쉽게 줄이지 못하기 때문에 착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동화 장치 등 다른 방법을 찾기 때문에 결국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와셔 이사는 전반적인 생산성 하락이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범용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이 진보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오히려 총요소생산성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세기 후반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산성 증대에 기여한 바에 비해 최근 스마트폰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의 근로시간 대비 생산성 지표는 모두 1997~2006년보다 2007~2016년에 떨어졌다. 미국은 2%포인트, 한국은 3%포인트 정도 낮아졌다.

다만 그는 "생산성 하락이 반드시 영원한 일은 아니다"면서 "의료 기술 등이 발전하면 고령층 경제활동 참가율도 높아질 것이고 저숙련 노동 계층에 대한 다양한 정책이 나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셔 이사는 19일 한국은행에서 비공개 전문가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한은은 7월 수정경제전망을 앞둔 상황에서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 추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와셔 이사는 1990년대 이후 미국 최저임금 인상 논쟁을 계량분석과 메타 연구를 통해 정리한 노동경제학자다. 데이비드 카드 UC버클리 교수와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펜실베이니아·뉴저지주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이 유의미한 고용 감소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 '신고전학파'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자 2000년대 초 와셔 이사는 데이비드 뉴마크 UC어바인 교수와 함께 기존 연구·데이터 100여 편을 분석해 카드·크루거 주장을 반박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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