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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기고] 미세먼지와 에너지 낭비를 잡는 기계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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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많은 국민은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태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또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1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실내 공기가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과장된 면도 있지만 적절한 실내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국민의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쾌적한 실내 환경은 냉난방을 이용한 온도 조절과 에어컨이나 제습기, 가습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 공기청정기를 이용하면 미세먼지·냄새·세균 제거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호흡이나 취사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공기청정기로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바깥 공기를 끌어들이는 환기 역시 필수적이다. 최근 학교 교실에서 밀폐된 상태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여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되어 학생들이 집중력 저하와 두통과 어지럼증 등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쾌적하고 건강한 실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기계설비다. 기계설비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에너지 소비와 직결되는 너무나도 중요한 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 정책에서 방치되다시피 하였다.

새로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새 가전을 고를 때 소비자는 에너지효율등급 등을 따져 고효율 제품을 직접 선택한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는 급배수, 냉난방, 위생설비 등 기계설비 시스템은 벽이나 천장 속에 가려져 있어서 입주자가 그 중요성을 잘 모르고 있다. 또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니 관심 밖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유지관리 인력조차 없어서 장비를 단순히 껐다 켰다 하는 사이에 엄청난 에너지가 줄줄 새는 현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4월 17일 기계설비법을 제정했다. 기계설비의 설계 및 시공기준 강화를 통해 제대로 된 설계와 시공을 하고, 설계와 시공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성능검사(커미셔닝), 건축물의 유지관리가 잘될 수 있도록 유지관리자에 대한 교육 및 배치, 그리고 유지관리점검업 등록제 도입이 기계설비법의 주요 내용이다. 기계설비법은 기계설비인들이 스스로 규제를 만들어 엄격하게 설계·시공하고 유지관리까지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다.

한 등 끄기 운동 같은 에너지절약은 효과도 작지만 불편을 감수하거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소극적인 방법이다. 기계설비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는 무려 25조원이다. 기계설비 분야에서 에너지를 10% 절감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다. 기계설비법이 시행되면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점검 등을 통해 건축물에서 줄줄 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건물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국민은 쾌적한 실내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종 첨단센서로 감지하고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면서도 편리한, 첨단 기계설비 시공 및 스마트한 유지관리는 곧 우리 생활에 파고들 것이다.

기계설비법은 2년 후 시행된다. 이 동안 시행령 및 시행규칙뿐만 아니라, 기술기준 및 유지관리기준 등도 제정해야 한다. 학계, 설계, 시공, 제조, 유지관리 등 기계설비 분야의 모든 종사자들은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와 참여를 하자.

기계설비 분야의 중추적인 학술단체인 대한설비공학회는 20일부터 22일까지 용평에서 'safe & smart energy'를 주제로 하계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 학술대회에서는 270여 편의 논문과 함께 미래 인간의 주거공간을 바꾸어갈 기계설비법에 대해 집중 조명할 계획이다.

[홍희기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경희대 기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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