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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新진보교육감 시대, 학원휴일휴무제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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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휴일휴무제 반대합니다. 대학 서열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아이들의 주말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학원휴일휴무제를 시행해도 열의가 있는 학생들은 과외를 받거나 인터넷강의를 듣느라 휴식을 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과외를 시키느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더 커질까 우려됩니다.”(고2 아들을 둔 전업맘 진모씨·44·서울 북아현동)
“평일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느라 지친 아이가 학원 때문에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뒤처질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모든 학원이 휴일에 쉬면 아이 혼자 부족한 공부를 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고1 딸을 둔 직장맘 유소영씨·47·서울 풍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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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없이 이어지는 학습 부담을 상징하는 쳇바퀴를 학생이 걷고 있다. '학원 휴일 휴무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퍼포먼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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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학원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7개 시·도 중 진보교육감은 14명이고, 이중 재선에 성공한 사람은 11명이다. 학원휴일휴무제, 학원 영업시간 단축과 같은 진보 교육정책에 찬성하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학부모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 현실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17일 교육단체 ‘쉼 있는 교육 시민포럼’(시민포럼)에 따르면 전국 시도교육감 17명 중 학원 휴일휴무제와심야영업 단축에 대해 모두 찬성하는 교육감은 9명으로 전체 53%에 달한다. 시민포럼이 교육감 선거에 앞서 당시 후보자들에게 학원 영업시간 제한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다. 이중 7명은 찬성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2명은 이번 설문에 답하진 않았지만, 교육감 재직 중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학원휴일휴무제는 학원이 공휴일에 반드시 쉬도록 하는 제도다. 심야영업 단축은 학원 영업시간을 초등학생 대상은 오후 8시, 중학생 대상은 오후 9시, 고등학생 대상은 오후 10시까지 또는 각각 그 이전까지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학눰 심야영업 제한 시간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데, 보통 오후 10시에서 자정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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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이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희연 교육감에게 학원휴일휴무제 도입, 심야영업시간 단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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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휴일휴무제와 심야영업 단축에 모두 찬성하는 교육감은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김지철(충남)·최교진(세종)·민병희(강원)·김석준(부산)·박종훈(경남)·장휘국(광주)·이석문(제주) 등 9명으로 전체 절반이 넘는다. 도성훈(인천)·김병우(충북)·설동호(대전)·장석웅(전남) 교육감은 명확한 의견을 안 밝혔고, 강은희(대구)·임종식(경북) 교육감은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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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쉼이 있는 교육 시민포럼(괄호는 기존 입장 반영) * 표시는 보수 성향 교육감


학원휴일휴무제는 시민포럼 외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에서 꾸준히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학생들을 극한 경쟁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진보교육감들과 교육 철학이 일치하지만 이전까지 주도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없었다. 선거를 앞두고 학원과 학부모의 표심을 잃을 것을 우려해 여론의 눈치만 봤다. 하지만 진보교육감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면서 이를 동력 삼아 정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대입과 고입 정책에도 진보교육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입개편은 교육감의 권한이 아니지만, 진보 교육감들이 한목소리로 주장할 경우 교육부에 끼치는 영향력에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후보 시절 ‘수능 폐지’와 ‘대입자격고사 시행’ 등 급진적인 교육 공약을 발표했던 장휘국(광주)·김승환(전북)·장석웅(전남) 교육감은 이번에 모두 당선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지난 14일 기자 간담회에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주장하는 등 기존 수능 위주 입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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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감이 공통으로 주장하는 외국어고(외고)·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교육감의 맏형이라 불리는 조희연(서울)·이재정(경기)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한 후 외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 조 교육감은 “법령 개정(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통해 외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말했고, 이 교육감도 “앞으로 단계적으로 외고와 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교육자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상황이라 교육감의 권한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감들의 교육철학이 투영된 정책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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