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9 (목)

한미연합훈련 중단 가시화…北 후속조치 '대가성' 유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the300]트럼프, 美국방부와 사전논의…北 미사일시험장 폐기·ICBM 반출 등 예정된 듯

머니투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역사적 북미정상회담 후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언급은 북한의 비핵화 관련 사전조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철저히 합의한 '시간표'에 따라 북측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란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5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간 (한미연합 훈련 중단) 협의가 시작됐다"며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조정 문제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긴밀한 협의에 따라 조만간 입장발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UFG 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워 게임(war game)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워 게임'이 한미연합훈련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거셌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 대상으로 말한 것은 UFG,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 등 3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인 것으로 보인다. 이밖의 통상적 훈련은 계속될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처음엔 즉흥 발언으로 읽혔으나, 미국 내 사전 논의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있다. 데이나 화이트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과 사전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논의했다며,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놀라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인 해리 해리스 전 태평양사령부 사령관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풍경이 바뀌었다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14일 한 토론회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는 미국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특정 조건(북한과의 협상 등)이 충족됐을 때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국 내에서 한미연합 훈련의 축소나 성격 변화에 대해 이처럼 공감대가 이뤄진 데는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도발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등 행동 조치가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고 공개했다. 이와 관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동창리 시험장을 폐기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미 간 공동합의문에 담지 않은 향후 이행조치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벌어지는 상황이 관건이란 걸 미국도 알고 있다"며 "북한이 선제조치를 내놓을 것이다. 동창리 시험장 폐기, ICBM 폐기나 반출 등 합의문에 안 들어간 내용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정은도 타이밍이 중요한 걸 알고 있다.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선제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한다고 했다. 북미 간 이면적으로 북한이 자발적으로 취할 내용들이 합의해 타임테이블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군사위협 해소 없이 북측에 다 버리라고 하면 명분과 동기가 없기 때문에 북한이 전통적으로 얘기해온 한미연합 훈련을 일부 조정하는 카드를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간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물밑접촉 단계에서부터 상당한 기간동안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맹경일 노동당 통전부 부부장은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방남해 앤드루 김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센터장과 수차례 접촉했다. 북미대화의 밑그림을 그린 당시부터 북측의 요구사항으로 한미연합훈련이 거론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방문 때도 이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6일 북한이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이유로 남북고위급 회담을 중단한 것은 전략자산이 동원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반발을 드러낸 사건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를 계기로 북미대화 국면에서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미측의 분명한 입장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대규모 한미연합훈련 중단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주한미군 감축으로 이어져 한미동맹의 전환이나 재조정으로 흐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워싱턴 DC와 의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미동맹 존재의 이유와 목적을 재조정하는 문제 논의를 전문가들과 빨리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결국 중국이 주장한 쌍중단으로 흐르는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했다고 바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필요가 있나, 유인책을 너무 빨리 내줬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