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돈 좀 모이면 이상하게 쓸 일이 생기는 당신에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19)
“돈만 생기면 쓸 일이 생겨요.” “돈이 좀 모이면 이상하게 시댁에서 일이 생겨요.”

지난주 청소년 재무인성지도사 양성 과정 강의 중에 나온 이야기들이다. 이런 경험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이 공감한다. 돈이 좀 모이면 신기하게 돈 쓸 일이 생기고 돈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온다. 그래서 그 돈은 내가 사고 싶었던 것을 사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라 의외의 사람에게 가거나 원하지 않는 곳으로 가곤 한다.

다시 이렇게 물어보자. “돈이 당신에게 정말 중요한가요?” 이 질문에 누구나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요. 돈이 중요하지요!” 누구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돈, 하지만 그 말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돈에 대한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돈이 최고야 vs 돈보다 사람이야
중앙일보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왼쪽) 교수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오른쪽)이라는 책은 돈이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를 고발한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돈에 대한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가진 ‘돈이 최고야’라는 태도는 우리 시대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됐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라는 책은 돈이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시대를 고발한다.

건강하고 똑똑한 자녀를 갖기 위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고 똑똑한 사람의 정자를 사는 사람, 금지된 코뿔소 사냥에 돈을 쓰는 사람, 교도소 독방 생활을 하는 부자 등 ‘돈을 그렇게 써도 되는 건가’ ‘돈을 낸다고 그렇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드는 사례가 많다. ‘돈으로 사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는 시대’에 사는 우리는 ‘돈이 최고야’라는 생각에 쉽게 동의한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이런 돈의 모습을 간파하고 이렇게 표현했다. “돈은 모든 필요를 추상적으로 만족하게 한다.” 빵은 배고픔을 해소해주고 옷은 추위를 막아주듯이 모든 재화는 구체적인 필요를 만족하게 한다. 하지만 돈은 무엇이든 살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필요를 추상적으로 만족하게 한다. 그래서 돈은 이 시대에 우상이 됐고, 최고가 됐다.

그런데 늘 그렇지는 않고,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자주 돈이라는 우상을 배신하고 돈보다 다른 것을 더 우선시한다. 가까운 후배가 찾아와서 “형, 저 급해서 그런데 300만원만 잠시 빌려주세요. 일주일만 쓰고 드릴게요. 돈 들어올 데가 있는데 잠깐 지체되네요.”라고 말하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돈이 중요한 사람은 돈을 빌려주지 않지만 돈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돈을 빌려준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번 나간 돈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생각보다 많은 첫 번째 반응은 ‘친한 후배라면 빌려준다’다. 두 번째 반응은 ‘빌려주지는 않고 그냥 주되 안 받아도 되는 만큼만 준다’고, 마지막으로 ‘저는 아는 사람과 돈거래 하지 않습니다. 늘 끝이 안 좋아서’라는 반응이다.

이 질문은 돈에 대한 태도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돈이 중요한 사람은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돈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돈을 빌려준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늘 돈이 모이면 나갈 곳이 생기거나 보인다. 머리와 생각은 ‘돈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무의식과 가슴은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세상은 돈이 중요하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돈이 있어야 사고 싶은 것 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고, 자녀 교육 제대로 할 수 있고, 노후에 비굴하지 않을 수 있고….”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이 중요한 이유는 너무 많다. 하지만 늘 상대적이다. 때로 사람은 돈보다 사람을 선택하고 돈보다 가치를 선택한다.

어떤 선택이든 반복적인 패턴처럼 진행되고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을 거부할 때는 문제가 된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돈이냐 사람이냐를 선택하면 되는데 후배가 찾아올 때마다 늘 돈을 빌려준다면 문제다. 돈이 있고 후배가 도와줄 만할 사람이거나 상황일 때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은 참 좋은 일이고, 멋진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정 내에 써야 할 돈이 있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거부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계속 돈 빌려주기를 반복한다면 정신을 차려야 한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돈이 없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인식해야 한다.

반대로 쉽게 남에게 빌려주지 않고,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돈을 아끼고 잘 모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도움이 절실한 가족에게, 조금만 도와주면 크게 갚을 지인에게 도움 주기를 거절하는 마음도 건강한 마음은 아니다.





돈을 버리는 사람들
중앙일보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젊었을 때 기부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법이라며 페이스북 주식을 기부했다. [AP 연합뉴스/Noah Berge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돈, 그러나 그 소중한 돈을 버리는 사람이 있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자신의 토지를 가난한 자들에게 물려주고 떠났고, 경주 최 부자는 자기 주위에 가난한 사람이 없도록 하라고 자식들을 가르쳤다.

미국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재단을 만들었고, 마크 저커버그는 젊었을 때 기부하는 것이 더 아름다운 법이라며 페이스북 주식을 기부했다. 폐지를 주워 마련한 돈 100만원을 기부한 기초수급대상자인 할머니, 익명으로 구세군에 매년 거액을 쾌척하는 사람 모두 돈이 중요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돈을 버리는 사람과 돈을 버리지 않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누가 옳은지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존재한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물어보자. 비록 돈을 못 받았지만 후배를 도울 수 있어 행복하냐고 물어보자. 나눔을 후회하지 않고 기부를 아까워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후의 삶도 재정적으로 건강하다면 괜찮다. 문제는 그렇지 않을 때다. 어쩔 수 없이 빌려주고 나서 후회하거나 매정하게 거절하고 나서 후회할 때 그 아픔은 생각보다 크다.





돈에 대한 균형감이 중요
중앙일보

나는 늘 돈이 중요한가 아님 돈보다 다른 무엇이 소중한가. 돈은 우리가 돈에 대해 갖는 태도에 따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중앙포토]




돈은 우리가 돈에 대해 갖는 태도에 따라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돈이 최고야’라고 생각하고 말하면 돈은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영향을 미친다. 돈 때문에 사람을 괴롭히고 돈 때문에 실망과 좌절을 한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해’라고 생각하고 말하면 돈은 사람에게 나를 양보하고 내 곁을 떠나 다른 사람에게로 간다. 이런 사람은 돈이 생기면 그 돈을 누구에게, 누구랑 써야 할지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남아 있는 돈이 없다.

균형(Money Balance)이 필요하다. 돈은 늘 중요하다. 건강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일도 중요하다. 우리는 사실 중요한 것들에 둘러싸여 산다. 중요한 것들끼리 서로 더 중요하다고 싸우고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늘 건강을, 늘 관계를, 늘 일을 선택하면 안 된다. 때로는 건강을, 때로는 관계를, 때로는 일을, 때로는 돈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균형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균형 잡혀 있는가, 나는 늘 돈이 중요한가, 나는 늘 돈보다 다른 무엇이 소중한가. 한번 두 번이 아니라 생각과 행동에 정해진 패턴이 있다면, 그것을 발견하고 필요하다면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 건강한 머니 스토리는 시작된다. 돈은 중요하다.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이 되지 않도록 하라!

신성진 배나채 대표 truth64@hanmail.net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