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군지 몰라서 그냥 아무나 찍었어요. 아직 미혼이라 교육감에 대한 관심도 없고요. 마음에 드는 정당으로 쭉 투표하려고 했는데, 기호가 없어서 당황했네요.”(이모씨·35세·서울 대치동)
“교육감을 뽑는다는 것도 투표소에 가서 알았어요. 원래 지방선거 때 교육감도 투표하나요? 학부모가 아닌데 교육감을 뽑는다는 게 신기하네요.”(김효은씨·27세·서울 구로동)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당 공천을 받지 않지만,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와 공동으로 유세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 2일 후보자였던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당선자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서울 신촌에서 인사를 하는 모습. [뉴스1] |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후보들이 정당 공천을 받지 않는다. 특정 정치 세력의 입김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발휘하라는 취지다. 헌법 제31조 4항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전문성·자주성 보장’이 그 근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올해도 시민사회가 보수·진보로 나뉘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교육감 후보들이 광역단체장 후보와 러닝메이트 체제로 공동 유세를 하는 일도 있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보수 성향의 박선영 서울 교육감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사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에서 정당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교육과 정치를 분리하기 위한 조치인데 사실상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념 대결만 하는 게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교육감당선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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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교육감 선거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교육도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정당 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지역 교육 정책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정당 공천을 배제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며 “정당과 연계해 후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제대로 된 정책 선거가 될 수 있게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 서울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왼쪽부터) 조희연 후보, 박선영 후보, 조영달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에서 열린 '2018 지방선거 서울특별시교육감 후보 초청 토론회'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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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은 ‘교육 소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치원, 초·중·고 교육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매번 깜깜이로 치러지는 것은 문제”라며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육감 선거 방식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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