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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선 박원순의 서울시…"초고층개발 난망, 재건축 꽁꽁 묶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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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3선에 성공하면서 서울 시내에서 재건축·재개발 등 전면철거 방식의 개발은 당분간 고개를 들기 어려울 것 같다.

강남권 재건축 조합이 기대했던 시장 교체에 따른 ‘35층 룰’ 철회 가능성도 박 시장의 선거 승리로 사라진 데다, 박원순 시장이 당선 후 현 정부 기조와 발을 맞추겠다고 함에 따라 부동산 규제의 타깃이 됐던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더욱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정부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도시재생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전국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은 52.8%의 득표율로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3.3%)를 30%포인트 가까이 앞서면서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3번째 연임에 성공한 첫 서울시장이 됐다. 박 시장은 지난 2011년 10월부터 시장직을 맡아 왔는데, 이번 당선으로 임기는 2022년 6월까지 4년 더 늘어난다.

조선비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13일 서울 종로 안국빌딩에 마련된 캠프 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시되자 배우자 강난희씨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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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은 ‘고르게 발전하는 서울’을 이번 지방선거 부동산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건축 초과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이를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이를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으로 활용하고 ‘균형발전특별회계’도 설치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현 정부의 기조와 발맞추고 있는 데다, 서울 25개 구청장도 서초구를 제외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모조리 휩쓸면서 공약 실현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에 따라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투자자들이 품었던 일말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합원 1인당 1억3569만원의 부담금 예상액이 통지된 서초구 반포현대 등은 예상대로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30서울플랜’에 따라 한강변 주거지역 내 아파트는 최고 35층까지만 허용하는 35층 가이드라인도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여,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은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기 쉽지 않게 됐다.

최고 49층에서 35층으로 몸을 낮추긴 했지만 대치 은마 등 재건축 아파트의 서울시 심의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 이달 중 윤곽을 드러낼 보유세 인상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재건축 시장에는 겹악재가 이어질 전망이다.

‘박원순식 도시재생’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박 시장은 과거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 추진됐던 뉴타운 출구전략을 진행하면서 노후주택과 골목길 재생 등 소규모 정비사업과 낡은 구도심을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 개발에 따른 집값 상승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기능을 되살린다는 취지에서였다.

박 시장은 이번 선거 유세에서도 “창동·상계, 수색·상암, 영등포·여의도, 가산·대림 등 취약지역을 일자리 거점으로 개발하고, 전통 산업이 몰려있는 을지로 인쇄타운, 종로 귀금속 상가, 청계천 의류단지 등을 복합제조 및 유통단지로 정비하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서울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 후보지 7곳을 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제안하는 3곳을 포함하면 서울에서 최대 10곳이 선정될 예정으로, 정부는 총 6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자치구 신청을 받아 8월까지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 국토부 검증과 도시재생특위를 거쳐 8월 말 최종 사업지가 선정된다. 수색과 상암, 광운대역 인근 등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됐으면서 집값이 크게 뛰지 않을 만한 지역이 예상 사업지로 꼽힌다.

박 시장의 희망대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선거를 앞두고 한동안 미뤄져 왔던 서울의 대형 개발사업이 다시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동남권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최고 105층 높이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안건이 이달 중 최종 관문인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며, 상암 롯데몰 개발 계획안도 역시 이달 안에 심의가 재개될 예정이다.

이른바 ‘용산 마스터플랜’으로 불리는 용산 광역중심 미래비전 및 실현 전략은 오늘 8월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용산과 서울역 일대까지 포함한 349만㎡ 부지의 전반적인 개발 밑그림을 담고 있다.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개발하는 내용의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도 하반기 중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점쳐진다. 굵직한 개발호재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만큼 주변 주택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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