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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네이버웹툰도 가세…한국영화 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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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웹툰 영화화 법인 출범

대표이사로 전 CJ E&M 임원 내정

국내외 큰손 영화계 대거 유입되며

TV 드라마 결말 극장서 보는 등

새로운 콘텐트 시도도 봇물

중앙일보

네이버웹툰이 첫 공동제작한 영화 '여중생A' 한 장면.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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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 네이버웹툰이 한국영화 제작에 나선다. 국내 처음으로 중국 자본과 손잡은 투자?배급사도 출범한다. 이를 비롯한 국내외 큰손이 한국영화계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CJ?롯데?쇼박스?NEW 등 기존 4대 투자?배급사 위주였던 영화시장이 지각변동을 맞게 됐다.

가장 다각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지난해 검색 포털 네이버에서 독립한 자회사 네이버웹툰. 동명 웹툰을 토대로 공동제작한 첫 영화 ‘여중생A’를 오는 20일 개봉하는 데 이어, 웹툰 영화화를 전문으로 하는 콘텐트 기획?개발 법인을 올해 안에 설립한다. 법인 대표엔 올 초 CJ E&M에서 퇴사한 권미경 전 한국영화사업본부장이 내정됐다. 권 전 본부장은 역대 극장가 흥행 1?3?4위 작품 ‘명량’(2014)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등을 투자총괄한 실력자. 웹툰 원작 영화의 잠재력은 200억 원대 대작 ‘신과함께-죄와 벌’이 올해 초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시 주목받은 바다. 네이버웹툰이 권 전 본부장을 영입한 건 이에 육박하는 블록버스터급 프로젝트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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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홈페이지 캡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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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의 첫 제작 영화 ‘여중생A’는 평범한 여중생(김환희 분)이 가상 게임세계에서 사귄 친구(수호 분)를 실제로 만나며 펼쳐지는 성장담. 연재 당시 만점 가까운 네티즌 평점(9.9)을 받은 원작을 총제작비 15억원으로 스크린에 옮긴 저예산 영화다. 네이버웹툰 측은 이처럼 검증된 웹툰을 선별, 다양한 규모와 장르의 영화를 선보인단 방침이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일반적인 영화제작사라기보다 원작 웹툰의 의도와 설정을 잘 살려, 영화시장의 주요 파트너와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브릿지 컴퍼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탄탄한 기획력과 마케팅, 작품에 대한 선구안으로 해외자본의 막강한 물량공세를 돌파해, 영화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와 네이버웹툰이 공동출자한 동영상 콘텐트 제작법인 플레이리스트도 지난 4월 영화사업부 세미콜론 스튜디오를 출범했다. 첫 수입작인 미국 로맨틱 코미디 ‘루비 스팍스’를 지난달 개봉했고, 한국영화 기획?개발 담당자도 두 자릿수로 모집 공고했다. 플레이리스트는 누적 조회 수 5억뷰를 달성한 웹드라마 ‘연애플레이리스트’ 같은 자체 성공모델과 유튜브·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등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영화 마케팅 콘텐트를 개발, 사업을 확대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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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브라더스와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가 손잡고 출범한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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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 화이브라더스는 유정훈 전 쇼박스 대표와 손잡고 다음 달 투자?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를 창립한다. 유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뤄 지난해 1000만 영화가 된 ‘택시운전사’, 올해 깜짝 흥행 돌풍을 일으킨 저예산 호러 ‘곤지암’ 등 장르·규모를 가리지 않고 실속있는 작품을 투자?배급해온 흥행사로 통한다.

메리크리스마스란 독특한 이름처럼 이번에도 그의 구상은 색다르다. “드라마와 영화가 합쳐진 하이브리드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영화감독이 드라마 작가와 함께 만들고 수익구조를 서로 접목하는 등 새로운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10부작까진 드라마로 TV에서 방영하다 최종회는 2시간짜리 영화로 극장에서 보는 방식. 전체 사전제작을 염두에 뒀다. 유 대표는 “방송국과 극장을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전통적 방식의 영화?드라마를 포함해 매년 5,6편의 작품에 주력한단 전략이다. 유 대표는 연간 투자 규모를 300~400억 원대로 내다봤다. 그는 “요즘은 시장에 콘텐트가 범람하며 소재 고갈로 이어지고 있다”며 “큰 예산보단 장르적으로 충실하고 기획·소재가 신선한 작품을 선택·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화이브라더스가 할리우드에 보유한 펀드 및 네트워크를 활용해 할리우드 주연급 배우가 출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 한·중 양국간에 아이템을 교류하는 합작 방식도 검토 중이다.

최근 새롭게 생겨난 투자·배급사들은 이처럼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국내 영화시장이 연간 극장 관객 2억명 대에서 5년째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제작에 이어 최근 영화사업을 본격화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이재향 본부장도 “기존 4대 투자?배급사 못지않은 규모로 장기적인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바이오의약기업 셀트리온의 이 자회사는 2년 전 한국전쟁 영화 ‘인천상륙작전’으로 영화 투자를 시작, 현재 가수 비가 주연하는 일제강점기 실화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가제)을 제작 중이다. 향후 투자?배급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토종 화장품 브랜드 AHC를 다국적기업 유니레버에 매각, 1조원을 번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도 영화 투자?배급사를 연다.정현주 전 쇼박스 투자제작본부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돼 다음 달쯤 공식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VFX 전문회사 덱스터 스튜디오도 김 감독이 연출한 ‘신과함께’의 공동제작에 이어 여러 한국영화 제작 및 투자·배급에 나설 전망이다. ‘설국열차’(2013) ‘아가씨’(2016) 등을 프랑스에 소개해 좋은 성적을 거둬온 프랑스 배급사 조커스필름도 최근 아시아 대표를 세우고 한국영화 공동제작 및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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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사진)을 공동제작한 덱스터 스튜디오도 한국영화 제작 및 투자배급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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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들은 투자처가 다양해지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신과함께’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다양한 작품을 만들 기회가 더 많아졌다”며 특히 중국 자본 유입에 대해 “문화적?정서적 유대가 높은 아시아 시장 진출이 한층 원활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근 흥행성적이 부진한 한국영화계 전반에 좋은 자극이 되리란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이정세 영화사업본부장은 “기존 영화사들도 무조건 개봉 편수가 많은 게 유리하진 않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저마다 취향과 색깔이 반영된 보다 다채로운 영화가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투자?배급 관계자는 “최근 보도된 곳 외에도 많은 자본이 영화계에 유입되고 있는데, 그 중엔 ‘한탕’을 노리는 투자처도 적지 않다”며 “영화를 실어 나를 동력이 많아진 건 반갑지만, 그렇게 기회를 얻은 영화가 관객에게 제대로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화인들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말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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