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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한국 관객, 클래식 이해력 놀라워...많은 영감 받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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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

공연 앞두고 리허설 현장 공개

韓 '앙상블 디토'와 연습 구슬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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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 다들 똑같이 느끼고 있지? 이럴 땐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나누기보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연주해 보는 게 제일이야. 자, 한번 해보자고!”

지난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 무성한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칠순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마이스키는 한국의 젊은 실내악단인 ‘앙상블 디토’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오중주를 함께 연주한 뒤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까마득한 후배들을 독려했다. 장장 32분에 달하는 이 곡을 한 차례 더 연주한 뒤에도 마이스키는 서로 조금씩 엇갈리는 연주의 호흡과 속도를 지적하며 막바지 연습을 이어갔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정 등 ‘앙상블 디토’의 멤버들은 세계적인 거장이 짚어주는 가르침들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흡수하겠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했다. 마이스키는 “천재 작곡가인 슈만이 예전에 제자들에게 쇼팽의 연습곡을 연주해줬더니 그들이 이해를 제대로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말로 설명을 해주는 것보다는 다시 한번 연주를 보여주는 게 낫다’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며 “나도 슈만을 따라 해 본 것”이라고 능청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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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키는 이날 공개 리허설 전 서울경제신문과 사전에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실내악은 쌍방향의 작업이기 때문에 나도 젊은 연주자들에게서 무언가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앙상블 디토와 호흡을 맞췄다”며 “내가 얼마나 경험이 많고 적고를 떠나 오픈 마인드로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만 음악의 신비로운 경지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게 음악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며 “어떤 날에 누구와 어디서 누구를 위해 연주하느냐에 따라서 진화하고, 발전하고, 변화한다. 그 점이 바로 음악이 흥미로운 이유”라고 강조했다. 마이스키는 오랜만에 무대에서 만난 한국 관객들에 대해서는 “서양의 클래식을 받아들이는 이해력이 놀랍고 섬세하면서도 긍정적인 기운을 갖추고 있다”며 “한국에서 공연을 가질 때마다 늘 많은 영감을 받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한국 관객을 비롯해 전 세계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마이스키는 스스로 연주하는 음악을 사랑하고 존경했다’는 평가를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들을 위해 연주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알고, 사랑하고, 즐겼던 음악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최선을 다한 연주자였다고 기억해주기를 바랍니다.”

‘장한나의 스승’으로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마이스키는 앙상블 디토와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을 가졌다. 이들은 쇼스타코비치 외에도 헨델 소나타, 멘델스존의 피아노 삼중주 등을 관객들에게 들려줬다. 마이스키는 러시아의 독보적인 첼로 거장인 로스트로포비치와 피아티고르스키를 모두 사사한 유일한 연주자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독주와 실내악 분야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장한나의 재능을 일찍 알아보고 발굴했을 뿐 아니라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등의 한국 가곡 녹음 작업에도 참여하는 등 대표적인 ‘친한파 연주자’로도 유명하다. 디토와의 협연에 이어 15일(김해문화의 전당 마루홀)과 16일(롯데콘서트홀)에는 슈테판 블라더 지휘의 비엔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차이콥스키 로코코 변주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크레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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