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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우보세]'로또청약'과 배급제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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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청약가점 84점 만점.' 한 마디로 꿈의 점수다. △무주택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수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의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 하남에서 분양한 단지들에서 청약 가점 만점자가 등장하며 청약 열풍이 입증됐다. '미사역 파라곤'의 102.86㎡ 1순위 당첨 평균가점은 해당지역 64.03, 커트라인은 59점에 달했다.

사실상 투자 수요로 볼 수 있는 기타경기지역 1순위 당첨자의 가점은 이보다 더 높다. 동일 평형에서 84점 당첨자가 나왔고 평균이 74.1점, 커트라인은 무려 72점이었다. 이쯤 되면 가히 별들의 전쟁이다. 웬만한 가점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지난달 분양한 '하남포웰시티'에서도 당첨자 중 84점 만점자가 나왔다.

특이하게도 서울 강남 노른자 입지의 분양 아파트보다 하남시에서 최근 분양한 두 단지의 당첨 가점이 더 높다. 당첨되면 '로또'라는 인식에 갈수록 장롱 속 청약통장이 동원되고 있고 공공택지지구 내 아파트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됐다. 실제로 분양가가 주변의 현재 시세보다 3억원 가량 낮다.

여기에 50%까지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 보유현금 2억원이면 청약에 나설 수 있었다. 특히,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가 아니라 서울이나 분당·과천 등과 달리 초강력 규제에서도 비켜나 있다. 서울에 재건축 아파트를 1채 보유한 서울 거주자도 청약이 가능했다. 규제가 만들어준 틈새시장인 셈이다.

문제는 지금의 주택가격이 유지될 수 있느냐다.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아도 향후 집값이 떨어진다면 '안전마진'을 깔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집값 하락장에선 '인서울'이 아닌 입지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집값이 유지된다고 해도 의문은 남는다. 몇십 혹은 몇백 명의 당첨자를 위해 수십만 명이 줄서는 기이한 배급제가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느냐다. 기껏 기다려 이제야 차례가 다가오는데 사다리를 걷어차려 하느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주택청약제도는 1977년 저축으로 모은 돈이 기업들의 투자에만 쓰이게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지 않던 시절에 만들어졌다. 시대도 사람도 변했지만 이 줄서기만은 41년째 계속돼 부동산 정책이 오락가락할 때마다 소수에게 '로또 복권'이 되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선 전 국민을 줄 세우더라도 소수에게 돌아가는 로또쯤 질끈 눈감아야 하나. 투기보다 요행수를 조장하는게 보다 건전하다는 건 누구의 판단 기준인가. 청약가점 10점대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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