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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결국 "檢 알아서 해라"··· 무책임한 일선 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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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 '재판거래' 결론

대법원 차원 직접 고발은 거부

'형사절차' 언급하며 수사협조 빼

국조·미공개 파일 논의도 안 해

金대법원장, 소극적 결단 내릴 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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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형사조치 여부를 두고 의견 대립을 겪던 판사들이 사실상 ‘검찰이 알아서 수사하라’는 무책임한 결론을 냈다. 판사들은 사법부의 추가 진상조사가 불필요하다고 결론 낸 것은 물론 김명수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차원의 검찰 고발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도 뺐고 국회 국정조사 가능성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법원장 등 고위 법관에 이어 일선 판사들까지 맥 빠진 결론을 내놓으면서 김 대법원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소극적인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국 53개 법원에서 115명의 대표 판사들이 모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11일 경기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형사 절차를 포함하는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한다”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법관들은 또 “사법권 남용 사태로 공정한 재판에 대한 신뢰 및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훼손된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근본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실행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판사들은 이날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무려 12시간 동안 형식상으로는 ‘끝장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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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일선 판사들의 이번 선언문을 두고 법원의 직간접적인 수사 의뢰 가능성을 모두 차단한 ‘눈 가리고 아웅’ 식 결론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국정조사 등 제3의 방안은 아예 처음부터 논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410개 미공개 의혹 파일 제출 요구 결의도 논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무기한 연기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수사 의뢰도, 협조도 않을 테니 시민단체 등에서 이미 제출한 고발장을 근거로 검찰이 알아서 수사하라는 내용이었다.

법관대표회의 공보판사인 송승용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이미 고발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김 대법원장까지 고발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수사를 촉구한 것이 아니라 필요성에 공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의 이 같은 결론은 최소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 수준까지는 나올 것이라는 애초 예상보다도 한참 후퇴한 것이었다. 법관대표회의 지도부 상당수가 강경파였음에도 반대 의견이 빗발치면서 원안이 수차례 수정된 탓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형사 조치는 필요 없다”는 의견도 상당수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선 판사들까지 직접 고발 불가 결론을 내자 법원 안팎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앞으로 검찰 수사를 적극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원 자체 해결, 검찰 수사 의뢰, 국회 국정조사 등의 선택지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할 동력이 있는 방안은 아무것도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압수수색·구속 등 각 단계별로 법원의 협조가 필요한 검찰이 사법부의 고발 없이 수사에 제대로 착수할지도 미지수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법관대표회의 결과를 보고 대법관 의견까지 듣고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고양=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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