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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불법유턴 범칙금 6만원, 3만5000원만 주면…” 스마트폰으로 찍어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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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4월 18일 오후 6시 45분경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사거리. 좌회전 차로에 서 있던 i30차량 한 대가 불법유턴을 시도했다. 반대 차로로 넘어오자마자 i30 운전자 이모 씨(28)는 가로수 뒤에 서 있던 장모 씨(37)를 발견했다. 장 씨는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이 씨 차량을 향해 촬영하고 있었다.

미심쩍게 느낀 이 씨는 차량을 세우고 장 씨에게 다가갔다. 장 씨는 “불법 유턴 장면을 촬영했다. 경찰청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공익제보’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통법규 위반이 많아 내가 질서를 바로잡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의 당황한 표정을 보자 장 씨는 이내 본색을 드러냈다. “성의를 표시하면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제안한 것. ‘불법유턴 범칙금 6만 원’이라는 내용도 설명했다. 이 씨가 3만5000원을 건네자 장 씨는 영상을 삭제했다. 이어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단속한다. 그 시간을 피해 다녀라”라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2016년 10월부터 올 4월까지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상대로 70차례에 걸쳐 150만 원을 뜯어냈다. 장 씨가 각종 민원을 수만 건 넘게 계속하자 경찰청 내부 전산망에 범죄 가능성을 지적하는 제보가 올라왔고 결국 덜미가 잡혔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장 씨를 상습공갈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영상 222건이 삭제된 걸 볼 때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확인 중이다”고 했다.

김정훈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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