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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은행권 ‘채용 모범규준’ 적용] 부활하는 ‘은행 考試’…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응팔’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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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채용안 문제는 없나
필기시험 재도입한다는데 은행별 난이도 다를수 있고 취준생 시험 대비 비용 부담
외부기관 참가방안도 담겨 은행별로 다른 적합한 인재 외부인이 선발 잘할지 의문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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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새 채용 모범규준이 올해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가운데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부분 필기시험을 도입하면서 '은행 고시'가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은행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인재상은 현장에서 열정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 및 구성원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나타났다.

■'필기시험' 부활…난이도 관건

우선 새 채용 모범규준 적용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필기시험' 부활이다.

그동안 실력을 갖추지 못한 지원자가 소위 뒷배경을 이용해 합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은행들은 필기시험을 통해 채용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계속 필기시험을 진행해왔던 KB국민은행을 포함,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필기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현 단계에서 채용비리의 가장 효과적인 근절책 중 하나로 필기시험 재도입 및 강화가 기정사실화됐다"며 "필기시험의 형식은 외부전문기관과의 협의와 과거의 경험 등을 토대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시대상황 속에서 필기시험에 최적화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계적인 추세가 다양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뽑는 것이고 국내 주요 기업들도 그러한데, 국내 은행권의 필기시험 강화 움직임은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결국 창의성이 배제된 채 시험에 특화된 사람들만이 은행 채용 관문을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 필기시험의 난이도도 수준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모든 은행이 필기시험을 인재채용의 주요 기준으로 경쟁적으로 활용하게 되면, 필기시험의 난이도는 자연스레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수험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고, 과거처럼 '은행고시' 논란으로 비화될 여지도 충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벌써부터 은행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하반기 필기시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혼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필기시험으로 인해 취준생들의 부담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열정' '신뢰' 갖춘 인재 선호

파이낸셜뉴스가 5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원하는 인재상을 설문조사한 결과 공통적으로 '열정'과 '신뢰'를 갖춘 인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열정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을 상대함과 동시에 혼자가 아닌 모든 구성원을 생각하는 사람을 이상적인 인재상이라고 답했다. 우리은행은 정직과 신뢰, 열정을 기본으로 현장에서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인재를,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이와 유사한 인재상을 추구하고 있다.

각 은행들이 이 같은 인재상을 추구하는 이유는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경우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첫해 배정되는 현장업무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선발한 인재들이 첫해 영업현장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만큼 은행들은 이에 중점을 두고 인재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력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고 은행의 주된 업무인 현장영업이 원활히 돌아가게끔 하기 위해 은행들은 채용단계부터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부인사들이 은행의 채용과정에 참가하는 방안에는 모든 은행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외부인사들을 누구로 선정할지와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직자들을 평가할지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상반기 중 채용 모범규준이 확정될 때부터 이에 대한 윤곽을 잡아나갈 계획이다.

모범규준에는 외부기관이나 외부인을 채용과정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다. 하지만 채용과정 전체를 외주를 주거나 공공기관처럼 면접위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위원으로 구성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 내부와 연계된 채용비리로 대중의 이미지가 손상된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엮여 있지 않은 외부인사들을 선정해 공정하게 채용절차에 참여시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외부인사들의 신입사원 선발과정 참여에 실효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부 면접관이 직원들을 선발하는 시각과 방식이 기존 내부 면접관과 많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은행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한번도 당행에 몸담아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잘 평가하고 선발할 수 있을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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