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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현장에서]차별화 내세운 카뱅 '챗봇'…갈길 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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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요소 활용, 최적 동선 구현 등 차별화 내세워

초기 상품 소개 등 단순 문의만 가능

조건별 상세 문의나 고객별 맞춤 상담은 '아직'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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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쓰임이 있는 챗봇”

카카오뱅크가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자사 챗봇(chatbot·정해진 응답규칙을 바탕으로 메신저를 통해 사용자와 대답할 수 있는 채팅로봇 프로그램)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새롭게 내놓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쓰임’이 있어야 하는 건 당연지사. 그럼에도 굳이 챗봇의 ‘쓰임’ 자체를 강점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챗봇 활용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최근 1~2년 사이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인 챗봇은 인공지능(AI)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방향의 답변을 내놓으며 정작 고객들에겐 환영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분화·복합화 정보 답변은 어려워

카카오뱅크는 실효성 의문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국내 금융 챗봇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상희 카카오뱅크 상담챗봇 태스크포스(TF)장은 “카뱅 챗봇은 ‘쓰임’이 있다. 써보면 기존 챗봇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뱅은 금융챗봇 시장의 메기(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막강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을까.

카카오뱅크는 자사 챗봇의 차별화한 특징으로 △시각 정보 제공 △최적 동선 구현 △키워드 검색, 관련 유의사항 안내 등을 꼽는다. 텍스트 중심 상담을 벗어나 마치 직원이 계좌개설 방법을 설명해주듯 동영상을 통해 이용법을 알려주고 이미지를 통해 이해를 돕는 방식이다. 챗봇의 설명 중 어려운 용어가 나올 때는 용어 뜻을 물어보거나 상담 내용과 관련 있는 유의사항 등을 알아서 안내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자연스러운 대화형 상담 수준에 이르지 못한 국내 챗봇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활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다만 고객 맞춤형 정보 제공보단 기본적인 이용이나 상품 소개 단계에서 활용할 콘텐츠라는 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카카오뱅크 자체도 현 수준에서 챗봇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정보검색성 상담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순 문의를 넘어서 자신의 금융계좌를 기반으로 조회형 문의를 하거나 불만이나 오류 등의 민원을 처리하는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기술 개발과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단순 문의 유형이더라도 조건을 세분화하거나 복합적인 질문을 하면 원하는 답변을 받기 어렵다.

◇심화 상담은 전화로…고도화 기술까진 시간 필요

예를 들어 고객이 ‘신용대출금리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 카뱅 챗봇은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연 3.254%~최고 연 9.8%이며 심사결과에 따라 차등 적용됩니다”라고 답했고 ‘신용등급 3등급인데 신용대출금리가 어떻게 되냐’라고 묻는 말에도 똑같은 답변을 내놨다. 결국 심화 상담이 필요한 경우엔 챗봇 화면 내에서 ‘톡 상담’으로 전환해 상담원과 채팅 상담을 하거나 고객센터 버튼을 눌러 전화상담을 해야 한다.

오히려 카카오뱅크 챗봇의 차별점을 드러내는 부분은 플랫폼의 차이다. KB·신한·KEB하나·우리 등 시중은행들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안에 챗봇을 탑재했지만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4000만명 이상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활용해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의 금융앱을 구동하는 절차를 생략할뿐더러 카카오뱅크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챗봇에 대한 접근성 및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다.

동시에 단점도 존재한다. 금융 앱 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상담 후 상품이나 서비스 가입 등을 상담 화면 내에서 진행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미 수천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시중은행과 달리 고객 기반을 넓히는 것이 급선무인 카카오뱅크가 기존 고객들의 맞춤형 서비스보다는 비 고객이나 초기이용 고객 타깃으로 챗봇 서비스를 구현한 모습이다.

결국 현 수준에서 카뱅 챗봇이 기존 금융권 챗봇과 다른 점은 챗봇의 용도에 있는 셈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만든 챗봇은 다르지 않을까’라는 고객들의 혁신성 기대치에 이르기 위해선 아직 더 많은 데이터와 고도화된 기술,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상담챗봇 출시는 완성이 아닌 시작”이라며 “고객 맞춤형 상담업무로 확대할 계획이나 시기를 확정 지을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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