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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알쏭달쏭 부동산 법률상담] 근저당권보다 내 보증금이 선순위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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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을까. 세입자들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어도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으면 단념하기 십상이다. 근저당권이 내 보증금보다 순위가 앞서기 때문에 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 있더라도 세입자가 근저당권보다 우선권을 갖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A집에 기존 세입자가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서 전세로 살고 있다. 그 후 A집 소유주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그 집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기존 세입자 임대기간이 끝날 때가 돼 집주인이 후임 세입자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나도 전세 매물을 찾고 있었는데, 그 집이 마음에 든다.

대부분은 '근저당권이 기존 전세보다 후순위지만, 내 전세보다는 우선 순위이니 내가 아무리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도 근저당권보다 순위가 앞설 수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그 집 시세와 근저당권과 내 전세금 액수를 이리저리 계산해서 여유가 남지 않으면 위험하다. 따라서 그 집은 단념할 수밖에 없다. 후임 세입자가 집주인과 새로 전세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면 저렇게 되는 게 맞다. 근저당권이 시간적으로 먼저이니 후임 세입자가 그 근저당권보다 순위가 앞설 길이 없다. 하지만 후임 세입자가 기존 전세를 승계받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는 근저당권보다 앞서는 기존 전세의 보증금 순위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2010년 6월 10일 선고 2009다101275)는 '대항력을 갖춘 주택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임차권을 양도한 경우…(중략)…원래 임차인이 갖는 대항력은 소멸되지 않고 동일성을 유지한 채로 존속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어 '이 경우 임차권 양도로 임차권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양수인에게 이전되고 원래 임차인은 임대차 관계에서 탈퇴하므로, 임차권 양수인은 원래 임차인이 갖는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후임 세입자가 취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은 기존 세입자와 임차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집주인의 동의를 받는 것이다.

계약 상대방이 집주인이 아니라 기존 세입자이고, 체결할 계약서도 임대차 계약서가 아니라 임차권양수도 계약서이며, 이 계약과 더불어 집주인 동의를 받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다만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까지만 순위를 이어받기 때문에 만약 후임 세입자의 보증금 액수가 기존보다 증액된다면 증액분만큼은 근저당권보다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이 거래구조는 아직 제대로 도입되지 않고 있다. 기존 거래계가 부동산 매매계약서와 임대차계약서에만 익숙하다 보니 아무래도 낯설어서 그럴 것이다. 계약서를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체결해야 할지도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세입자 권리 보호에 도움이 되니 필요가 있는 세입자라면 시도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공승배 트러스트 부동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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