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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화통토크]①김학규 한국감정원장 "부동산시장 관리감독하는 헤드쿼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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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장의 완충 역할하고 싶어…국민 신뢰 얻는 과제도 추진"

"기관별 통계관리로 정보 호환 잘 안돼…부동산통계 허브기관될 것"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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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경제는 금융과 실물 두 축으로 흘러갑니다. 금융에서는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금융감독원이 있죠. 하지만 대표적 실물경제인 부동산에는 감독기관이 없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지원하면서 시장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헤드쿼터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감정원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김학규 한국감정원장은 부동산시장에도 금융감독원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부동산감독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한국감정원이 하겠다는 게 김 원장의 포부다.

◇불법거래 기승…“부동산 시장에도 감독원 있어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여러 정부 부처가 부동산시장 관련 정책을 짜고 시행하지만 시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관리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새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허위매물이나 호가(부르는 가격) 담합 등의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자전거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도 부동산 특별사법경찰단을 도입해 부동산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단속에 나섰지만 부동산시장에 만연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정부가 직접 나섰을 때 생길 수 있는 민원이나 반발도 문제다. 부동산감독원은 정부와 시장 사이에서 완충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김 원장 생각이다. 그는 “부동산 실거래가는 렌즈를 가지고 들여다보기 때문에 너무 가격이 낮거나 높으면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 불법 거래인지 확인할 수가 있지만 호가는 관리가 안된다”며 “부동산시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감정원을 이같은 관리감독의 역할까지 가능한 기관으로 만드는 것이 김 원장의 꿈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신뢰 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장 자신의 임기 내에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지금은 정부가 믿고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관계를 다지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감정원에 30년간 몸담았다 퇴임한 후 2년여 만에 원장으로 돌아와 3개월을 지내보니 과거에 비해 감정원의 위상이 꽤 높아졌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확대된 업무 영역이 단적인 증거다. 조사통계와 주택공시의 기본 업무에서 나아가 민간임대주택 통계시스템 구축,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조사, 도시재생지역 가격동향 조사, 미분양 통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운영, 부동산 전자계약, 정비사업 관리처분 타당성 검토까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원하는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담금 산정 기준도 감정원을 거치게 됐다.

김 원장은 “정부가 상당히 많은 업무를 준 것은 신뢰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는 의미”라며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감독을 하려면 더 큰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도우미 역할 충실해야”…다양한 업무로 영역 확장

정부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김 원장이 꼽은 시급한 과제는 공시가격 균형 맞추기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판단할 부분이지만, 적어도 공시가격이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 들쭉날쭉한 상황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평가 기준을 통일하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김 원장은 “1300만가구가 넘는 전국 공시 대상 주택의 균형을 모두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오차가 아래위로 5% 범위 내에 들어오도록 할 것”이라며 “이 범위를 얼마나 더 좁힐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80~90% 정도는 균형이 맞춰져 있는 상태라고 그는 보고 있다. 실거래가 거의 없어 실제 가격을 알 수 없는 서울 변두리의 연립주택이나 시골에 숨어 있는 나홀로 공동주택 등이 문제인데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실거래가를 유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부동산 관련 빅데이터 구축에 대한 열망도 크다. 기관별로 행정 목적에 따라 통계를 관리 운영하다 보니 정보 호환이 잘 안 되고 가공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시가격 등 가격자료, 건축물대장 등 부동산현황 자료, 부동산 통계자료 등을 빅데이터로 구축해 부동산통계 허브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부동산연구원 내에 빅데이터 연구부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원장은 “정보가 무궁무진하고 모두 디지털화돼 있는데 호환이 안 된다”며 “부동산과 관련한 통계 호환이 가능해지면 정부 정책에 대한 지원이 굉장히 다이내믹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가적으로 수익 창출원이 될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빅데이터가 구축되면 미래에는 부동산을 가지고 코스피처럼 지수를 만들 수도 있고 상장도 할 수 있다”며 “지금 날씨 정보를 팔듯이 빅데이터 가공해서 부동산 정보로 팔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이 나는 만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줄이고 자체 조달 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감정원의 자생력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 부동산전자계약 시스템 확대나 빈집 활용,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등 정부 정책 과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업무다.

김 원장은 “공공기관 설립 목적은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어떤 업무를 주건 설립 목적에 맞으면 해야 한다”며 “정책 목표나 국민에게 맞다 싶으면 정책에 속도가 나는데 그러다 보면 시쳇말로 대박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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