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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과학을읽다]①빛공해, TV 1대가 촛불 4000개 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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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주광성 곤충이라 원래는 밤에 울지 않습니다. 밤에 비치는 밝은 불빛 때문에 밤을 낮으로 착각해 짝을 찾는 활동을 계속하는 것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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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빛이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빛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어둠과도 공존해야 합니다. 낮이 빛의 시간이라면 밤은 어둠의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생명체에게 밤은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그러나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에 꼭 필요한 어둠이 빛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면 어떨까요?

이런 경우를 '빛공해(Light Pollution)'라고 합니다. 정확히는 '지나친 인공 불빛으로 인한 공해'입니다. 인공 불빛이 너무 밝거나 지나치게 많아 밤에도 낮처럼 밝은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인공 불빛 때문에 밤이 너무 밝으면 식물은 밤낮을 구분하지 못해 정상적인 성장을 하지 못하고, 야행성 동물은 먹이사냥이나 짝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태계에 교란이 오게 됩니다.

실제 밝은 가로등 옆에서 장시간 빛을 받는 가로수들은 단풍이 늦어지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합니다. 가로등 옆에서 밤에도 밝은 불빛을 받고 자란 벼는 이삭이 여물지 못하고 키만 웃자라며 병충해에도 잘 걸립니다.

새들은 한밤중에도 비추는 눈부신 빛 때문에 알을 낳지 못하거나 밤에 이동할 때 길을 잃기도 합니다. 회귀 습성이 있는 연어나 청어가 북태평양의 인공 불빛 때문에 이동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여름밤 소음 수준의 매미소리도 짝짓기를 위해 우는 매미가 밤을 낮으로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곤충학자들은 매미는 주광성 곤충이라 원래 밤에는 울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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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의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가로등 불빛.[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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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대체 인공조명이 얼마나 밝기에 빛이 공해가 되는 것일까요?

빛의 밝기(光度·luminous intensity)를 나타내는 단위는 칸델라(㏅)를 사용합니다. 1칸델라는 일반적으로 촛불 하나를 켠 밝기를 말합니다. '칸델라(candela)'라는 단어 자체가 라틴어로 양초(candle)라는 뜻인데 과거 일상에서 널리 접할 수 있었던 촛불의 밝기에 기준을 맞춘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촉(燭)'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오래된 노래지만 '목로주점'의 가사 중에 "30촉 백열등이 노래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 '30촉'은 30칸델라, 즉 촛불 30개를 켠 밝기인 것입니다. 정확하게 1촉은 1.0067인데 그 차이가 미미해 촉과 는 거의 같은 단위로 사용됩니다.

컴퓨터용 모니터의 밝기는 400㏅를 넘어가고, 가정용 대형 LED TV는 그보다 10배 밝은 4000㏅ 정도입니다. 공부방에는 촛불 400개를 켜고, 거실에는 4000개의 촛불을 켠 것도 모자라 집밖의 옥외 광고판의 초대형 화면에서는 8000가 넘는 빛을 비춰줍니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최소 1만5000~최대 11만2500의 빛을 쏘아 냅니다.

요즘은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이 빛공해의 주범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의 밝기도 만만하게 볼 수준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화면은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 최대 밝기는 500를 넘습니다. 촛불의 숫자로 따지면 우리는 하루밤에 엄청난 숫자의 촛불을 켜고 사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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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관측위성 '수오미 NPP'가 2016년에 찍은 한국의 야경. 당시 한국은 빛공해 면적이 89.4%로 세계 2위였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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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의 관측위성 '수오미 NPP'가 야간에 지구를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 공동연구진이 세계의 빛공해 정도를 측정한 결과 전 세계 80% 이상이 빛공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의 경우 빛 공해 면적비율이 89.4%로 이탈리아(90.3%)에 이은 세계 2위의 빛공해 대국(?)이었습니다.

빛공해의 심각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191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지디언 리글러(Gideon Riegler)입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빛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천문학자가 일찌감치 빛공해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과학의 이기에 눈먼 사람들은 그 문제점을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야 인지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낮에 일하고, 밤에는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가 떠서 밖이 훤해지면 깨어나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고정된 주기에 적응해왔습니다. 그래서 야밤에 너무 밝은 빛을 쬐거나 밝은 빛을 켜둔 채 잠자리에 드는 상태가 지속되면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면 소음공해라고 하는 것처럼 지나치게 밝은 빛이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면 어둠을 밝혀주는 고마운 빛도 공해가 됩니다. '②별 없는 하늘, '빛공해' 때문에?' 편에서 지나친 인공 불빛이 사람에게 주는 피해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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