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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누비라 첫 생산 22년 만에…GM군산공장 '역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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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이어 또 … 지역경제 파탄 위기 / 대우 누비라 첫 생산 22년 만에 지역경제 이끈 주역 ‘역사속으로’/ 협력사·인근상가 휴폐업 속출/“대책 못 내놓은 정부… 사과해야”

김상조 “하도급 피해 방지 최선”

“재가동이든 제3자 매각이든 일할 기회만 주어지길 기다렸는데, 이젠 희망이 사라져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세계일보

30일 오전 한국GM 군산공장이 정문을 굳게 걸어닫은 채 적막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에서 사무직으로 20여년간 근무했던 이모(47)씨는 공장 폐쇄가 눈앞으로 다가온 30일 초조함과 불안감에 한 끼도 먹지 못했다. 초·중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둔 가장인 그는 매일 집에서 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가까운 산을 찾는 게 일상이 됐다. 도서관을 기웃거려 보지만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2월13일 공장 폐쇄 발표 이후 3개월이 넘도록 반복해온 일이지만, 당장 내일부터는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GM 군산공장이 폐쇄 발표 3개월 만인 31일 완전히 문을 닫는다. 전신인 대우자동차가 1996년 소룡동 앞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군산국가산단 부지 130만㎡에 공장을 지어 ‘누비라’를 첫 생산한 지 22년 만이다. 한국GM은 2002년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다.

이로 인해 2000명의 직원 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1400여명 이외 600여명 중 400여명은 향후 최대 3년간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나머지 200여명은 부평·창원 등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된다. 앞서 하청업체 근로자 200여명은 공장 폐쇄 발표와 동시에 근로계약이 해지됐다. 덩달아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던 준중형 승용차 크루즈와 다목적차(MPV) 올란도는 자연스레 단종된다.

군산공장은 설립 이후 20여년간 협력업체 130여곳과 함께 연간 1만2000여명을 상시 고용해왔다.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한 해 생산액 12조원, 전북 수출액의 43%까지 점유하며 군산경제를 이끈 주역이다.

세계일보

GM의 결정에 따라 폐쇄를 하루 앞둔 30일,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정문이 굳게 닫혀 있다. 뉴시스


하지만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이후 10개월 만에 또다시 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공장 폐쇄 결정 이후 3개월 새 근로자 360명을 포함해 3000여명이 생계를 위해 타지로 떠났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 급감했고 체불임금은 150억원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불어났다.

군산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상실감은 심각하다. 식당 등이 포진한 공장 인근 오식도동 일대 거리 상가는 휴·폐업이 속출해 번화가라는 말이 무색하다. 근로자들이 많이 기거했던 오피스텔과 원룸은 절반가량이 비었고 주변 아파트 시세도 하락하고 있다.

지역사회는 그동안 제3자 매각 등을 통한 재가동만이 살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결국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정부는 지난달 군산을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고 15개 사업에 6749억원을 잇따라 투자하기로 했으나 ‘새만금 산단 임대용지 조성’이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지역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중·장기과제가 대부분이다.

서지만 군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집행위원장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으나 지자체와 정치권은 정부와 민간기업 탓만 할 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GM도 한순간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와 경제위기에 빠진 군산 시민을 위해 공개사과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광주지역 중소 자동차부품제조 협력업체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GM의 군산공장 가동 중단사태로 인한 지역 하도급업체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불공정거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산=글·사진 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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