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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한겨레 사설] 경쟁력은 후진국인데 ‘억대 연봉’ 받는 금융공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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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 공기업들이 일반 공기업보다 보수를 2배 가까이 올리면서 연간 평균 보수가 1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지난해 보수가 6.1% 올라 1억원을 넘어섰다. 한편에선 연간 2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놓고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위화감을 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2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자료를 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중소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위원회 산하 8개 기관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9374만원이다. 전체 공공기관 361곳의 평균 보수 6707만원보다 40%나 많다. 금융 공기업과 일반 공기업의 보수 격차는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금융 공기업 보수가 9.7% 올라 일반 공기업(5.5%)보다 상승률이 2배 가까이 높았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사회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은 2014년 경영평가에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는 듯했으나 그 뒤 흐지부지된 탓이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 공기업은 남녀 임금 격차가 커 남성만 놓고 보면 보수 수준이 더 높아진다. 한 예로 산업은행은 지난해 평균 보수가 1억178만원이지만, 남성은 1억2234만원으로 여성의 6625만원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여성이 출산과 육아로 경력단절을 겪으면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성 비율이 줄어드는 게 가장 큰 원인이다.

단순히 보수가 많은 것만을 두고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느냐다. 세계경제포럼(WEF)이 2016년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 중 금융 분야에서 한국은 87위로 우간다(81위)보다 뒤진 것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민간 금융회사들도 금융 공기업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손쉬운 ‘이자 장사’로 지난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 성과급 잔치를 벌여 4대 시중은행의 직원 평균 보수가 9000만원을 넘어섰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은 후진국 수준인데 연봉만 선진국 수준이라는 비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 관련 기사 : 금융공기업 남녀 보수 격차 연평균 302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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