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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미아리 텍사스' 총회 불발, 땅 빌린 '포주'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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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생생부동산]사업시행인가 총회 무산, 성매매업소 버젓이 영업…집창촌 철거 기대로 땅값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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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미아리 텍사스' 일대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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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미아리 텍사스'에선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비좁은 골목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가건물이 즐비하다. 중년의 여인들은 호객 행위에 나섰다. 경찰의 단속을 피해 호객꾼이 밖에서 손님을 끌고, 내부에는 성매매 여성이 숨어 영업하는 '협업체계(?)'다. 업소사장과 여종업원뿐 아니라 임대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땅 주인도 공생관계다.

미아리 텍사스의 '성매매 생태계'가 당장 무너질 기미는 없다. 일대를 포함한 신월곡1도시환경정비구역이 지난해 5월 건축심의를 통과하고도 수차례 정족수 미달로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위한 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신흥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할 것이란 기대감에 땅값은 상승세다.



◇사업시행인가 총회 또 무산, 성매매업소들이 반사이익?



26일 성북구에 따르면, 최근 점검 결과 약 30곳의 성매매 업소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청량리588'을 비롯한 주요 집창촌들이 정비사업으로 사라진 것과 대조적이다.

'포주'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토지 소유자들은 불법 성매매로 소유부지가 활용되는 것을 버젓이 알면서도 땅을 임차인에게 내준다. 임차인은 성매매 여성을 고용해 어두운 가게 안에서 영업 중이다.

미아리 텍사스를 포함한 신월곡1구역은 2009년 하월곡동 88-142일대의 5만5112㎡ 면적의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고밀도 개발이 가능한 것은 신월곡1구역이 성북2구역과 용적률을 주고받는 별도 조합형 결합정비사업(결합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시공은 롯데건설과 한화건설이 맡는다.

1만3270.6㎡ 면적 부지에 위치한 제1종 일반주거지역인 성북2구역은 신월곡 1구역에 용적률 80% 포인트를 제공하며, 신월곡 1구역은 향후 200억원 상당의 현금이나 부동산을 성북2구역에 내준다. 성북2구역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한양도성으로 인해 전면적인 개발이 어려워 용적률이 남는다.

하지만 신월곡1구역 조합은 지난달 총회 개최 정족수에서 7명을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이에 다음 달 다시 총회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벌써 두번째 총회 불발이다. 사업 시행 인가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계획을 정식으로 승인받는 것으로, 인가가 나지 않으면 영업손실 보상과 같은 주요 후속 논의도 진행할 수 없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상·공업지역에서 실시되는 전면 철거 방식의 정비사업이다. 재건축과 달리 공공 개발 성격이 강해 철거에 따른 임차인들의 영업 손실이 보상된다. 하지만 성매매업소들은 사업 자체가 불법이라 보상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주민들 개발 필요성엔 공감, 1년새 3.3㎡당 200만~300만원 상승


집창촌 재개발사업에서는 조합과 성매매업소들 간 막판 분쟁이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총회 무산은 정당한 보상을 받아 타지로 이전하는 게 불가능한 성매매업소들에게는 호재다. 조금이라도 더 업소를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신월곡1구역은 주민들이 사업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성북구과 신월곡1구역 조합에 따르면 사업 주도권을 둘러싼 시각차이를 해소하지 못해 간발의 차로 뭉치지 못했을 뿐 재개발 자체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

신월곡1구역조합 관계자는 "다수의 의견은 결합 개발을 통해 성공적으로 분양 및 입주하는 것"이라며 "대형 건축물 또는 토지 소유자, 임대 소득이 많은 소유자 일부가 사업을 반대하지만 소수파에 속한다"고 말했다.

집창촌은 대부분 교통이 편한 역세권에 자리잡고 있다. 미아리 텍사스도 길음역 역세권 주변에 있어 미래가치 상승을 기대한 매수세가 일부 유입됐다. 재정비촉진사업(뉴타운사업)에 따라 들어선 길음뉴타운 주변 지역에 해당한다.

성북구 관계자는 "경찰의 단속도 있고, 과거보다 찾아오는 사람도 줄어 미아리텍사스가 언젠가 사라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정비사업이 진척되면 보상을 둘러싼 진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대 공인중개사무소들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신월곡1구역 주변 A중개소 관계자는 "대지지분 3.3㎡당 2000만원의 시세가 형성됐는데, 1년 새 200~300만원 가량 올랐다"며 "사업시행 인가를 통과하면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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