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볼턴의 정의용 패싱? 회담 취소도 조윤제에 통보

댓글 6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미동맹의 핵심소통채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정 실장-볼턴 보좌관 라인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라는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회담이 취소된 뒤에도 두 사람 사이의 전화 통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 4월 취임한 볼턴 보좌관의 전임자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과 정 실장 사이의 긴밀했던 관계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조선일보

한미양국 정부관계자들이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회담 막간을 이용해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한국대사, 강경화 외교부장관,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순. 장하성 정책실장이 촬영했다.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회담 취소 과정에서 작동 안 한 볼턴-정의용 라인

정 실장-볼턴 보좌관 라인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라는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앞둔 지난 21일 방미 길에서 기자들에게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 시점에 볼턴 보좌관은 미북 정상회담을 중단시켜야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볼턴 보좌관은 지난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으로부터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는 발언을 들은 뒤였다.

외신에 의하면, 볼턴 보좌관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오전 미북 정상회담 취소 논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상회담을 계속 추진할지 여부를 두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대립했고, 두차례나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에 맞서 미북 정상회담을 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회담 준비를 위한 사전 실무 협상장에 나오지도 않고 아무런 연락도 없으니 미국이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논거를 들었다.

◇ 회담 취소 과정도 정의용 아닌 ‘조윤제 주미대사’ 선택

볼턴 보좌관은 우리정부에게 회담 취소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도 정 실장을 배제했다. 백악관이 선택한 경로는 조윤제 주미한국대사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께 빨리 알려드리라’는 말과 함께 조윤제 주미한국대사에게 취소를 알려왔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회담 취소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에게 알렸지만, 그 경로가 주미대사였기 때문에 청와대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최소 1~2단계가 추가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통보가 주미 한국대사관으로 와서 우리에게 전달하는데 약간의 시차가 있었다”고 했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트위터를 보고 회담 취소 사실을 최초로 인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25일 정오까지 쏟아진 ‘언제 미북 정상회담 취소가 통보됐나’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났던 한 청와대 관계자는 “NSC가 정리한 후에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 NSC가 열린 뒤에야 조윤제 주미대사라는 전달 경로를 밝혔다. 평소와 다른 전달 경로에 청와대가 제2의 전달경로를 추가파악할 필요를 느꼈거나, 전달경로 공개과정에서 한미 안보 수장 사이의 간극이 드러날 경우에 대한 대응 등을 고려할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해 보인다.

◇ 靑, 정의용-볼턴 통화사실 밝히지 않아

청와대는 회담이 취소된 뒤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 사이의 전화통화 사실을 묻는 질문을 받아도 즉답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오후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이 전화 통화를 했냐’는 물음에 대해 “여러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화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 볼턴 보좌관은 지난 22일 폼페이오 장관과 함께 방미한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강 장관을 정 실장보다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한국 측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며 “강경화 장관님과 정의용 실장님, 그리고 워싱턴의 한국대사님, 우리가 상대한 모든 분들이 대단히 협조적이었고, 투명했고, 많은 도움을 주셨습다”고 말했다.

이는 폼페이오-서훈 라인이 건재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볼턴 보좌관에 앞서 “지금 저는 서훈 국정원장과 굉장히 잘 협력하고 있고, 북한 문제에 대해서 많은 협력과 토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이 지난 22일(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 직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엽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