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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북미회담 개최, 이번 주말이 고비…한미훈련 종료·북미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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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24~25일 중 폐기될 듯

트럼프, 북미회담 개최 "다음주에 알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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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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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다음달 북미 정상회담이 연기되거나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북미 모두 회담 개최를 바란다는 의향은 전하고 있지만 10여일 간 지속되고 있는 마찰음은 싱가포르 회담에 먹구름을 조금씩 드리우고 있다.

먹구름이 태풍이나 긴 장마의 전조인지 아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화창하게 다시 갤지는 이번 주말에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북미회담 전망과 관련해 "싱가포르(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에 대해 두고보자. 회담이 개최될 수 있다"며 "무엇이든 다음 주에 알게 될 것"이라며 회담 개최가 여전히 유동적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아마도 다음 번에 열리게 될 것이다. 다른 날에 열리게 될 것이다. 두고 보자. 우리는 대화하고 있다. 회담이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며 연기나 취소 가능성을 암시했다.

올해 들어 급진전을 보였던 남북, 북미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갑작스럽게 태도 변화를 보인 이달 중순부터다. 북한은 지난 16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 선더'를 이유로 이날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당시 담화를 통해 "핵 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대화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도 재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선 핵포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하는 리비아 방식을 고집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이 같은 기조는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북미정상회담과 관련,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 핵의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상의 이번 담화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1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를 이뤄내지 않으면, 리비아가 끝난 것처럼 끝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미국은 북한의 기류 변화를 이보다 먼저 감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10여일 전(less than two weeks ago)에 싱가포르에서 북미간 실무접촉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측 대표단이 나타나지 않아 무산됐다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하지만 북미 모두 현재의 기조를 뒤집으려는 의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8일 우리 정부가 발송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식 남측 취재단 명단을 접수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4개국 기자단을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남측 기자들의 취재도 허용했다.

특히 북한의 태도 돌변에 맞서 미국 역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 회담 개최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입장에서 한걸음 물러나는 듯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또 북한에 대해 체제 안전 보장을 약속하고 경제적 보상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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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 회동을 지켜보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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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리비아 모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고려하는 게 전혀 아니다"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건) 리비아 모델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비난했던 볼턴 보좌관을 뒤에 세워둔 채 이같이 말했다.

전일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방식으로 '일괄타결' 해법을 재확인했지만 "한꺼번에 이뤄진다는 것은 물리적인 여건으로 봤을 때 불가능할 수도 있다"며 향후 입장 변화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이 수용할 경우 체제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부유해지고 번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금은 북미가 비핵화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고위 관리들의 강경 발언이 판을 흔드는 형국으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북미가 정상회담 자체를 거부하진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말은 회담 개최 여부와 관련해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 연기의 이유로 들었던 맥스선더 훈련은 25일 종료된다. 또 풍계리 공동 취재단은 24일 예상대로 핵실험장이 폐기되면 25일부터 기사 송고 혹은 영상 송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실험장 폐기는 비핵화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또 조셉 해긴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과 미라 리카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포함된 미국 정상회담 협상팀은 이번 주말에 싱가포르를 방문하며 북한 대표단과 재접촉에 나선다.

한편 일각에선 국면 전환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한번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다음 주에 알게 될 것"이란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김정은 위원장에게)전달하고 거기에 대해서 김 위원장이 어느 정도 협조적으로 나오면 다음 주에 날짜를 발표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장관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이러이런 조건으로 북한이 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열릴 수 있다'는 얘기를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문 대통령이 돌아와서 도리 없이 핫라인, 즉 직통전화를 써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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