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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인간의 뇌는 사회성보다는 먹고살려다 보니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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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영국팀 컴퓨터 계산 <네이처>에 보고

뇌 확장의 생태적 원인 60% 차지

협동성 30%, 그룹 경쟁 10% 기여

개인간 경쟁은 뇌 진화 영향 없어

“문화 요인도 클 것…향후 과제”



한겨레

찰스 다윈의 진화론 지지자로 ‘다윈의 불도그’이라는 별명이 붙은 영국 동물학자 토머스 헉슬리의 책 <자연에서 인간 위치에 대한 증거>(Evidence as to Man’s Place in Nature·1863) 표지 삽화. 왼쪽부터 기본(긴팔원숭이),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인간의 골격을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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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고고학자들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인류의 조상 화석을 발견했다. 이들은 당시 비틀스의 노래 ‘다이아몬드와 함께 있는 하늘의 루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듣고 있었고, 이 ‘이브 화석’에는 루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공식적인 이름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이다. 루시의 화석은 320만년 전에 살았던 25살 여성이며, 키는 약 107㎝, 몸무게는 28㎏, 뼈가 변형된 것으로 보아 관절염을 앓았다는 점 등 자세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이 원인(猿人) 루시와 현대인 루시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 가운데 하나는 뇌의 크기이다. 현대인 루시는 약 50kg의 신체에 대해 1.3kg 정도 뇌 크기를 가진 반면 원인 루시의 뇌는 이보다 3분의 1 가량 작다. 왜 인간의 뇌는 수백만년 사이에 3배 크기로 진화했을까? 사실 루시도 이미 다른 동물에 비해서는 큰 뇌를 가지고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크기의 태반 포유류라면 가질 법한 뇌 크기와 비교해서는 현대인의 뇌는 6배가 크다.

인간의 뇌는 신체 무게의 3% 정도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20%를 차지한다. 왜 인간이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큰 뇌를 필요로 했는지 오랫동안 의문이었다. 과학자들은 여러 가설을 내세웠다. ‘생태학적 지능’ 가설은 먹이를 찾아 획득하고 가공하는 일이 인간의 뇌를 키웠다는 것이다. 원숭이들이 먹이가 풍족한 열대 밀림에서 주로 살았던 것과 달리 인류가 탄생한 아프리카 사하라 지역은 척박하기 이를 데 없다. ‘사회적 지능’ 가설은 사회적 환경 예를 들어 자원 채취를 위한 협동,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반대로 조종을 피하기, 뛰어난 다른 사람들과 연합하기 등이 뇌의 크기를 키웠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문화적 지능’ 가설은 축전된 문화적 지식을 다른 사람한테서 배우거나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행위들을 뇌 확장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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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인간이 직면했던 도전들, 곧 생태학적 도전, 사회적 도전(협동 및 개인간 또는 집단간 경쟁)이 인간 뇌 확장에 끼친 영향을 신진대사적 접근 방식으로 분석했다. <네이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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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코틀랜드의 세인트 앤드루스대 연구팀은 이들 가설이 상관관계 분석을 사용한 평가법이어서 인간 뇌 크기 진화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연구 결과를 24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보고했다. 연구팀은 신진대사 접근 방식을 적용했다. 크게 뇌 조직과 신체 조직, 재생산(생식) 조직으로 나눠 이들 조직에 들어가는 에너지 양의 상호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비교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진화생물학자 마우리시오 포로는 “만약 자연환경의 선택 압력이 사회적 협동을 강화하도록 했다면 뇌의 크기가 커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개미나 벌처럼 다른 구성원의 도움을 받으면 굳이 많은 뇌 활동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들을 바탕으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해 계산한 결과 개별 인간들이 60%의 생태적 도전, 30%의 협동적 도전, 10%의 그룹간 경쟁 도전에 직면했을 때 성인 호모 사피엔스 크기의 뇌와 신체로 진화한다는 것을 예측해냈다. 연구팀은 개인간 경쟁은 인간 뇌 크기 진화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리의 모델은 호모 종에서의 뇌의 확장은 사회적 도전보다는 생태적 도전에 의해 주도됐으며, 아마도 문화에 의해 강력하게 촉진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번 컴퓨터 계산에서 문화적 요소는 포함되지 않아 향후 연구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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