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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일사일언] '상승 지향'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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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봉현·힙합저널리스트


'공감'이 중요하다고 모두 말한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반대하지 않는다. 대체로 동의한다. 최근 발생한 여러 사회문제를 떠올려 보면 특히 그렇다. 국가 폭력, 권력 비리, 재벌 갑질 그리고 총기 난사 등은 우리가 지금보다 더 좋은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쩌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공감을 가장한 자조(自嘲)는 날 언제나 혼란스럽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말들이 나에게 공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린 안 될 거야' '이번 생은 망했어' '인생 뭐 있냐'. 사람들은 나의 부정적인 상황이 남에게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한다. "쟤도 별수 없네? 다행이다." 그리고 이걸 공감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동의할 수 없다.

살기 힘든 세상인 건 안다. 사회구조가 근본 문제인 것도 물론이다. 하지만 자조와 무력으로 연대한다면 그저 손에 손잡고 모두가 함께 가라앉을 뿐이다. "나도 안 할 거니까 너도 해내지 마. 올라가지 말고 이 자리에 같이 있자"가 본질인 말을 공감이라고 불러선 안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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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을 좋아하게 된 건 이 때문이다. 힙합은 늘 나에게 '상승 지향' 공감을 준다. 아니, 그를 넘어 영감을 준다. 자신의 성취를 랩으로 늘어놓는 래퍼에게 누군가는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쓰라며 비난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태도와 가사에서 영감을 받는다. 내가 이뤄낸 것에서 너도 좋은 기운과 에너지를 얻어가라고, 내가 해낸 것처럼 너도 삶 속에서 의미 있는 것을 해내라고 래퍼들은 늘 말해준다.

나와 비슷한 평범함이나 나보다 못한 불행함을 보며 안도하고 머물러 있는 삶은 거부한다. 힙합은 앞으로도 내 삶의 사운드트랙일 것이다. 이 글이 당신의 공감을 받지 못했더라도 나는 괜찮다. 대신에 단 한 명에게라도 또 다른 영감으로 가 닿았길 바랄 뿐이다.




[김봉현·힙합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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