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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부동산·쿠폰·항공권·예약 대행…‘문어발 네이버’에 중소 IT 기업들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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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비교 사이트, ‘지식쇼핑’에 밀려 10여곳 중 2~3곳만 남아

검색광고도 경쟁입찰로 판매…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

11번가 등 오픈마켓 제휴 수수료 올라 입점 판매자들 부담 2배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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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의 80% 이상을 움켜쥐고 있다. 이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네이버는 그간 쇼핑을 비롯해 가격비교, 부동산, 광고, 숙박, 웹툰, 쿠폰, 항공권 등 개별 이커머스 사업 영역으로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탈취해 개별 시장 기반을 다져오던 중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고사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중소 IT업체 줄도산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0여곳에 달했던 가격비교 사이트는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시작하면서 대부분이 폐업 및 철수하고 2~3곳만 간신히 살아남았다”며 “부동산114, 부동산1번지, 부동산써브 등을 포털에 입점시켜 노하우를 얻은 뒤 2009년 독자적으로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샵바인더·야비스·오미·마이마진 등 10여곳에 달했던 가격비교 사이트 대부분이 네이버가 ‘지식쇼핑’을 시작하면서 초토화됐다. 에누리·다나와 등 2~3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3년 국내 할인쿠폰 시장을 주도했던 쿠폰서비스 기업 ‘코코펀’은 2012년 9월 네이버쿠폰이 등장한 지 넉 달 만에 문을 닫았다. 예약대행 분야도 마찬가지다. 한 온라인 예약업체 관계자는 “네이버가 2015년 6월 시작한 ‘네이버예약’ 서비스가 공연, 숙박, 여행 예약 부분에서 점유율을 계속 늘려가는 중”이라며 “네이버페이 결제 상품을 가장 먼저 노출하거나 해당 상품과 연결된 네이버예약 페이지를 최상단에 위치시키는 등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신규 분야에 진출할 때마다 ‘이용자 고객 편의’를 단골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부동산 서비스를 시작할 때도 허위 매물을 막아 이용자 편의를 높이고 기존 사업자는 다양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시장독점으로 인한 줄도산이었다.

■ 불공정 거래, 불공정 경쟁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역할은 콘텐츠가 선순환할 수 있는 ‘장터’를 만들어주는 것인데 장터 관리자가 직접 판매에 나서며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약탈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막대한 자본과 검색 점유율을 가진 ‘공룡 포털’ 네이버와의 공정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데다 중소업체들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 손해를 입어도 냉가슴만 앓을 뿐이다.

네이버의 검색광고는 주요 키워드를 경쟁입찰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광고주끼리 검색 키워드를 놓고 상한선 없는 입찰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인기 검색어의 광고단가는 무한대로 높아진다. 한 온라인 쇼핑몰 대표는 “네이버 광고비가 무한경쟁 체제에 놓이면서 소상공인들이 출혈경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네이버 한곳에 국내 검색 이용량이 집중되다보니 소상공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과도한 광고비를 지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2016년 기준 네이버 전체 광고주의 83%는 월 광고비 50만원 이하를 지불하는 소상공인이다. 인터넷 및 광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 광고비(3조8402억원)에서 네이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8.1%에 이른다.

이베이코리아와 인터파크, 11번가 등 오픈마켓 사업자들도 울상이다. 이들 사업자가 네이버에 지불하는 수수료 합계는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이버 가격비교 검색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의 비중이 10%대에 불과했다면, 최근 20~30%대까지 높아졌다”며 “네이버에 지불하는 제휴 수수료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업체들은 입점 판매자와 1%씩 각각 나눠 내온 가격비교 제휴 수수료를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며 두 손을 들었고 판매자의 부담은 두 배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오픈마켓들이 네이버를 떠나지 못하는 건 ‘가격비교 채널’ 네이버의 압도적 점유율 때문이다. 현재 쿠팡을 제외한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몰과 오픈마켓들은 네이버와 제휴를 맺고 있다

11번가는 2013년 4월 네이버 모바일 지식쇼핑에서 상품DB를 철수했다가 2014년부터 다시 공급을 시작했고 인터파크도 2014년 네이버의 판매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제휴를 중단했다 매출 감소로 11개월 만에 재입점을 결정한 바 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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