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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과학을 읽다]②'사리(舍利)'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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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식 후 자신의 법구에서 "사리를 찾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법정스님의 다비식 장면.[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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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리(舍利)의 정체는 과학이 발달한 요즘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1995년 인하대 임형빈 박사팀이 최초로 사리에 대한 성분을 분석했음에도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몸의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종의 담석이나 결석이라는 의학계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밝혀낸 것만으로도 성과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리는 여전히 신비로 남았습니다.

임 박사팀이 당시 지름 0.5㎝ 정도 크기의 사리 1과를 분석한 결과, 사리의 성분은 전체적으로 뼈와 비슷하지만 방사능 원소인 프로트악티늄(Pa)과 리튬(Li)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 티타늄, 나트륨, 크롬, 마그네슘, 칼슘, 칼륨 등 12종의 성분이 검출됐고, 경도는 1만5000 파운드의 압력에서 부서져 1만2000 파운드에서 부서지는 강철보다 훨씬 단단했습니다.

당시 임 박사는 "결석의 주성분은 칼슘, 망간, 철, 인 등인데 고열에 불타 없어지며 경도도 사리처럼 높지 않아 사리는 결석이 아니다"면서 "특히 방사성원소인 프로트악티늄 등이 검출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방사선원소를 상온에서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시 성분 분석을 통해서는 증명하기 힘든 불가사의한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연구팀 관계자는 "몸속에 있는 칼슘, 규소 등 금속이온이 산화하면 사리 같은 성분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렇게 본다면 일반인에게도 사리가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채소에 금속이온이 많은 만큼 채식을 하는 스님들에게서 사리가 나올 확률이 더 높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리는 일반 화장을 통해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다비식을 통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설도 있습니다. 일반 화장의 경우 짧은 시간에 섭씨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완전 연소시키기 때문에 사리가 녹아버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주장도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비식 때의 온도와 각종 장치, 결과물 등을 일반 화장을 통한 결과물과 비교해봐야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 상태에서 나무로 태우는 다비식은 일반 화장과 달리 서서히 태우고 서서히 식히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사리 생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추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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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들의 법구에서 발견되는 사리가 일반인들에게서 발견되기도 합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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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고승처럼 수행이나 구도자가 아닌 일반인의 몸에서도 사리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1994년 교통사고로 숨진 한 할머니의 시신을 화장하면서 사리가 발견됐고, 1995년 교통사고를 당한 육군 중위를 화장한 유골에서도 사리가 나왔습니다. 또, 2001년 서로 다른 불자의 몸에서 각각 사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리가 나온 고인이 대부분 불자였음을 들어 불교계는 수행이 사리를 만들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어떤 환경에서든 고온 용해를 하면 결정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 2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화장을 하면 팥알 크기의 영옥(사리)이 수백 개나 나온다"고 반박하기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사찰이나 종파마다 다비식의 방식이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도 항상 사리가 발견됐고, 더 놀라운 점은 화장을 한 시신에서만 사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 살아있는 상태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스스로 빛을 내는 방광(放光) 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리 수가 늘어나는 분과 현상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사리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리는 과학으로 아직 밝히지 못한 불가사의한 현상입니다. 과학의 힘으로 사리의 신비가 밝혀지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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