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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너무 많은 '사랑'이 내 명성을 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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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 별세

'LOVE'(사랑) 조각상으로 유명한 미국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89·사진)가 지난 18일 세상을 떠났다. 인디애나의 변호사는 그가 미국 메인주 바이널헤이븐섬에 있는 자택에서 호흡 곤란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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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충만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인디애나 인생은 그 반대였다. 1928년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태어나자마자 입양됐다. 양부모는 그가 8세 때 이혼했고, 17세까지 21번 이사를 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를 졸업하고 공군으로 복무했다. 1961년대 뉴욕현대미술관(MOMA) 그룹전에 나온 작품을 미술관이 소장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1964년 세계박람회 때 건물 외벽에 전구로 이뤄진 'EAT' 작품을 만들었고, 앤디 워홀의 영화 'EAT'에 출연했다. 인디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 '밥은 먹었느냐'라고 물어본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LOVE'는 MOMA가 의뢰한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처음 선보였다. O자를 얌전하게 세웠더니 어쩐지 재미가 없어서 살짝 기울였다. 카드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1960년대 불어닥친 반전운동의 구호 'Make Love, Not War'와 맞아떨어지면서 '러브 세대'의 상징이 됐다.'LOVE'가 그려진 80센트짜리 우표도 발행됐다.

너무 많은 '사랑'으로 인디애나는 외로웠다. 'LOVE'가 옷이나 장식품에 무차별하게 도용됐다. 그는 1978년 "'LOVE'의 성공 때문에 명성을 망쳤다"며 바이널헤이븐섬에 들어가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 미국 대선 때 오바마 선거 운동을 도우려 'HOPE'란 작품을 만든 것 말고는 사회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2013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회고전 '로버트 인디애나:사랑 그 이상'을 열었을 때 그가 말했다. "꿈이 이루어졌다. 약간 늦었지만."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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