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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팩트체크] "몰카범 검거율 96%"…경찰 통계의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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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성/경찰청장 : 경찰이 집계한 불법 촬영 범죄 범인 검거율은 한 96% 정도 수준입니다.]

[앵커]

몰래카메라 범죄가 다시 논란의 한 가운데 섰습니다. 여러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오늘(21일) 이철성 경찰청장이 "검거율 96%"라는 통계를 말했습니다. 96%. 거의 모든 범인을 잡아서 처벌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통계가 현실과 차이가 크다고 말합니다.

오대영 기자, 96% 라는 숫자가 맞습니까?



[기자]

일단 그렇게 볼 수가 있습니다.

검거율이라는 통계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체 검거 건수에서 발생건수로 이것을 나눕니다. 그리고 100을 곱하게 됩니다.

저희가 확인한 가장 최신 통계가 2016년인데, 94.6%였습니다.

그러니까 이철성 청장이 말한 96%와 수치가 비슷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통계에 문제가 있다고 했잖아요. 무슨 얘기인가요?

[기자]

그러니까 '피해자들이 느끼는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담지 못하는 통계다' 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크게 2가지인데요.

먼저 이 공식의 분자에 해당하는 '검거'를 함께 보겠습니다.

검거는 사전적 의미가 "용의자를 일시적으로 억류"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체포 또는 구속의 개념으로 인식이 됩니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는 '검거'의 범위가 더 넓습니다.

구속과 불구속 기소뿐만 아니라 처벌하지 않는 불기소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앵커]

96%가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진 비율이 아니라는 것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6년 통계로 설명을 더 드리겠습니다.

2016년의 통계에 따라서 검거된 사람은 4491명인데요.

이 중에서 구속 기소는 3%, 불구속 기소가 86%였습니다. 그리고 불기소가 11%였습니다.

처벌 하지 않는 건수까지 모두 더해서 계산을 하다보니까 검거율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추지현/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문연구위원 : 검거는 실제로 유죄로 하거나 기소를 했다는 게 아니고, 피의자를 특정해서 조사를 했다, 입건을 했다는 게 검거의 의미인 거죠.]

[앵커]

이 청장이 말한 96%하고는 차이는 있지만, 구속이랑 불구속 기소를 합하면 아주 큰 차이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기자]

그런데 더 핵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발생건수' 인데요.

이게 분모입니다. 분모가 덜 집게 되면 검거율이 그만큼 높아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사건의 발생건수는 경찰이 인지하거나 신고가 들어온 숫자를 집계해서 계산합니다.

[황지태/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검거율이 높게 나오는 것은 반려하는 거죠. 입건 자체를 하지 말자. 통계 기록 자체를 안 남겨버리는 거죠. 검거율이 높은 것이 우리가 일을 많이 했다, 유능하다, 완전범죄는 없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데 이용이 됐던 시절이 있었고…]

그래서 이 분야 전문가들은 피해자가 신고를 해도 경미하다거나,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서 입건 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잦다고 합니다.

특히 사건은 일어났지만 수사기관이 파악하지 못하는 이른바 '암수범죄'가 이 통계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앵커]

현실성이 떨어지는 통계라는 것인데, 그러면 좀 정확한 통계는 파악 할 수가 없습니까?

[기자]

수사기록들을 일일이 다 파악을 해서 수치를 합계를 낼 수는 있겠습니다만, 현재까지 경찰이 그런 통계를 계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앵커]

그러면 '검거율'을 이런 방식으로 계산하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기자]

이철성 청장의 얘기로 다시 한 번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청장은 "검거율은 높은데 징역형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처벌 규정이 문제다'라는 취지로 말을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96%의 검거율'에 지나치게 집중을 하다보면 '경찰이 검거는 잘하고 있다'라고 생각될 수가 있습니다.

숨어있는 범죄를 어떻게 더 적극적으로 찾아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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