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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인사이트, 화성 속살 열어 지구 미래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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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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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내부를 알면 지구 미래가 보인다."

이달 지구를 떠난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는 6개월 뒤인 11월 27일 오전(한국시간) 낙하산과 함께 역추진 발사체를 이용해 떨어지는 속도를 줄이면서 화성 적도 부근의 평평하고 말랑말랑한 지표면에 착륙한다. 화성에 착륙한 뒤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각종 기록을 지구에 보낸 기존 화성 탐사선과 달리 인사이트는 움직이지 않고 한 지역에 정착한다. 인사이트 임무는 아직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던 지표면 3000㎞ 아래 화성 내부를 살피는 일이다.

과학자들이 화성 내부 구조에 관심을 갖는 것은 화성의 속살을 엿보면 지구 미래를 점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인사이트는 로봇팔을 이용해 배구공 크기의 지진계와 열감지기를 땅속 5m 지역에 설치한다. 이때 텅스텐으로 만든 망치가 지진계와 열감지기를 때려 땅속으로 밀어넣는다. 열감지기는 화성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 변화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한다. 인사이트가 지진계와 열감지기를 화성 땅속에 설치하는 이유는 지진과 내부 온도를 측정함으로써 화성 지각 두께와 맨틀, 핵 등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인사이트란 이름도 '지진 조사와 측지학, 열 이동을 이용한 내부 탐사(Interior Exploration Using Seismic Investigations, Geodesy and Heat Transport)'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다른 탐사선이 대기나 화성 표면, 생명체 유무 여부를 조사했다면 인사이트는 처음으로 화성 지표 아래에 지진계를 설치하는 탐사선이 된다.

화성의 지진과 땅속 온도 측정을 통해 화성 내부 구조를 파악하면 '화성에는 왜 자기장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알아내는 단서로 활용할 수 있다. 지구는 남극이 N극, 북극이 S극인 하나의 큰 자석과 같다. 남극에서 나와 북쪽을 향하는 자기장은 지구 대기권 위에 보호막과 같은 커다란 '자기권계면'을 만든다. 자기권계면은 태양을 비롯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태양계 행성 중 지구에서 유일하게 생명체가 살아남아 진화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권계면이 태양과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입자와 방사선 등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과거 화성에도 자기장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인해 자기장이 사라지면서 태양풍이나 우주 방사선 입자가 화성 표면으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강한 태양풍은 화성 대기와 바다를 우주 공간으로 날려버렸다. 화성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하게 된 이유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구 내부에 있는 외핵은 전기 전도도가 큰 철, 니켈 등이 높은 온도 때문에 녹아 액체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며 "액체 상태 물질이 지구 자전으로 움직이면서 전류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이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성 내부는 직접 측정한 적이 없는 만큼 온도가 몇 도인지, 액체는 존재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최 연구원은 "화성 내부 온도와 함께 지진으로 발생하는 지진파를 분석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해 화성 내부 온도가 몇 도인지, 어떤 구조로 이뤄져 있는지, 액체나 고체가 존재하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화성 내부에 있는 열이 어떻게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식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지구 내부 구조와 비교하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지구가 식어버려 화성처럼 자기장이 사라지게 될지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는 화성 생명체 탐색 등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연구를 하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화성 생성 원인과 진화 과정 등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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