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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팀장칼럼] 가습기 살균제와 라돈침대, 원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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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영유아 36명을 포함해 수십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상처가 아직 아물기도 전에 방사성 물질 라돈 침대 논란이 뜨겁다. 시민단체들은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소비자들은 소송은 물론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과정에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에 따라 생활방사선 관리 책임이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원안위는 10일 대진침대 조사 결과 방사선 피폭 영향이 기준치 이하라고 했다가 5일만인 15일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를 최대 9배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사실관계를 토대로 소통해야 하는 정부 기관이 스스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익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번복한 원안위에 대한 비난은 타당하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속사정은 좀 달라진다. 원안위는 X레이 검사와 같은 외부 방사선에 의한 ‘외부 방사선 피폭’에 대해서만 규제한다. 1차 조사 결과 발표 때 외부 피폭선량을 토대로 안전기준(연간 1밀리시버트 초과 금지) 범위 내라고 발표한 이유다.

원안위는 1차 조사에서 호흡이나 음식을 통해 체내로 들어가는 방사성 물질에 의한 내부 피폭 영향을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기체 형태인 라돈에 대한 국내외 관리 기준이 없고 가공제품의 내부 피폭 기준도 따로 없다는 점을 고려해 원안위는 14일 전문가 회의를 통해 내부 피폭을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다. 또 2차 조사에서는 1차 조사 때 분석대상이었던 매트리스 시료뿐 아니라 커버와 스펀지도 포함했다. 그 결과 대진침대의 방사선 피폭량이 기준치의 최대 9배까지 초과한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원안위가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신중한 검토를 거쳐 2차 조사 결과 발표만 했다면 지금의 혼란과 논란이 최소화했을 수 있다. 물론 혼란과 논란이 최소화한다고 국민들의 불안이 사라지는 것도, 생활방사선 물질에 대한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들의 안전과 관련된 기준과 제도가 미비하고 이를 책임감 있게 관리·감독하는 측면에서 구멍이 많다는 점이다.

다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돌아가 보자. 이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원인은 제품 판매업체들이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 시에도 안전’이라고 표기한 점,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하고 실험에 참여한 교수들에게 뒷돈을 줬다는 점 등이다. 또 이를 관리하고 걸러내는 책임감 있는 관리기관과 주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2년 전인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수사가 한창이었던 당시 취재차 만난 한 흡입독성 관련 전문가는 “비록 몇 년 전 조사 결과지만 사람이 흡입했을 때 독성을 유발하는 세정제나 청소 용품의 경우 독성 정보가 표기된 제품 비중이 절반 수준”이라며 “흡입했을 때 안전한지 아닌지를 표기한 경우도 10%에 그쳤다”고 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스프레이류의 화학제품은 인체 흡입으로 독성을 일으킬 수 있는데도 아직 국내에선 별다른 기준이나 규정이 없다며 안전성 관리에 정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문제가 된 생활방사선 물질 위협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소비자와 국민들의 원성과 불안감이 높아진 것, 정부에 대한 신뢰가 더욱 바닥에 떨어진 것만 빼면 말이다.

김민수 정보과학부 과학바이오팀장(rebor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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