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1 (수)

[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25>판매하려면 평판을 형성해야 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단순히 사업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아이템을 실제 제품화 한 회사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나아가 제품을 생산해 본 회사와 이를 판매해 본 회사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말해 물건을 생산하는 것과 이를 판매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전자신문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실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나름의 설득력 있는 아이템과 제품을 갖고도 좌초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데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많은 스타트업 기업이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해당 기업 내지 제품에 대한 평판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평판이 형성돼야 한다. 평판이 없으면 시장이 형성되지 못한다. 이때 평판이란 반드시 긍정적인 평판일 필요는 없다. 물론 높은 품질 내지 기술력을 갖춘 회사와 제품이라는 평판이 형성되어 있다면 높은 금액으로 거래될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사람이 프리미엄 제품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때로는 품질이 다소 조약해도 값싼 제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있다.

일례로 최상품의 식자재는 우리 식탁에 바로 올릴 수 있는 형태로 유통 판매된다. 하지만 이에 못 미치는 B급 식자재를 생산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판매할 곳은 많다. 이들 B급 식자재는 반건조식품 내지 가공식품의 원료로 판매할 수 있다. B급 식자재보다도 못한 식자재를 생산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이들 재료는 닭, 돼지, 소와 같은 축산물 사료를 만드는 데 활용되기 때문이다.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데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에게 해당 제품에 대한 품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지급하기 적합한 수준의 금액을 가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온라인쇼핑몰이 처음 열렸을 때도 많은 관련 분야 전문가는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직접 물건을 보지도 못했고, 판매자와의 신뢰 역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거래가 형성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하지만 많은 온라인 쇼핑몰 운영사는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평판을 형성하는 방법을 하나씩 찾아냈다.

가장 대표적인 평판 형성 도구로는 댓글과 평점 제도를 꼽을 수 있다. 해당 판매사와 이전에 거래한 사람이 제품 내지 서비스에 후기를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여 평판이 형성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별점 내지 평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 제품 내지 서비스는 먼저 체험한 사람이 자신의 만족도를 숫자 내지 별표로 표시하여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줌으로써 이후 거래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심지어 좋은 평판이든 나쁜 평판이든 평판이 형성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는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베이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높은 평판을 가진 사람을 섭외한 후, 그 판매자로 하여금 신규 아이디를 개설하게 한 뒤에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이미 좋은 평판을 갖춘 아이디로 판매했을 때와 신규 아이디로 판매했을 때의 가격 차이가 8.1% 가까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많은 고객은 좋은 평판이든 나쁜 평판이든 자신이 평가할 수 있는 기준만 생겨도 거래에 참여하고 심지어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하기도 한다. 지금 내 제품은 왜 판매가 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면 자신의 제품에 평판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