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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1㎏은?…130년만에 단위기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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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전류·온도·물질량 측정표준 재정의

‘상수’ 활용…단위에 ‘불변의 속성’ 부여

표준과학연구원, 내년 5월 발효 예정

“일상 영향 없지만 과학기술 정밀해질 것”


일상생활 속 단위기준인 질량(kg), 전류, 온도, 물질량을 측정하는 표준이 오는 2019년부터 새롭게 재정의된다. 단위 역사상 이처럼 한꺼번에 재정의가 이뤄진 사례는 처음이지만 일상생활속에서는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헤럴드경제는 2회에 걸쳐 국제단위기준 재정의에 대한 의미와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현황을 짚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1960년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국제단위계(SI)는 현존하는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로 규정한 단위 체계다. 현재 국제단위계를 구성하고 있는 7가지 기본단위는 미터(m, 길이), 킬로그램(kg, 질량), 초(s, 시간), 암페어(A, 전류), 켈빈(K, 온도), 칸델라(cd, 광도), 몰(mol, 물질의 양)이다.

17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오는 11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에서 전 세계가 합의한 국제단위계 7종 가운데 kg을 포함한 4종을 개정하는 안건을 최종 의결키로 했다. 새롭게 재정의되는 국제단위계는 오는 2019년 5월 20일 ‘세계 측정의 날’을 맞아 본격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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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연이 정확한 킬로그램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개발중인 키블저울. [제공=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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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기본단위 중 4개의 정의가 한꺼번에 바뀌는 것은 단위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기본단위를 재정의하는 이유는 단위가 측정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충분히 안정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킬로그램은 지난 129년 동안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구성된 ‘국제킬로그램원기’를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정밀 측정결과, 조금씩 진행된 오염과 손상으로 인해 약 50㎍(마이크로그램)에 달하는 미세한 질량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질량의 정의에 변화가 발생하면 다른 단위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몰(mol)이다. 현재 몰의 정의는 탄소-12의 질량을 바탕으로 정의돼 있기 때문에 킬로그램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몰 또한 킬로그램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가는 상황인 것이다.

정의가 특정한 물질에 의존하는 경우도 문제가 작용했다. 바로 켈빈이다. 현재 켈빈을 정의하려면 ‘물’이 있어야만 한다. 물이 얼음(고체)ㆍ물(액체)ㆍ수증기(기체) 상태로 동시에 존재하는 고유한 온도를 ‘물의 삼중점’이라 한다. 물의 삼중점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상태 중 가장 정확하고 재현성이 우수해 지금까지 온도를 정의하는 기준으로 사용돼왔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가진 불안정성까지는 제어할 수 없었다. 온도의 기준이 물에 포함된 원자들의 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지는 등의 이유로 미세하게 흔들린 것이다.

암페어는 정의가 불분명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면이 있다. 정의에 포함된 ‘무한히 긴’,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평행한 직선은 현실 세계에서 결코 만들 수 없다. 가장 정확한 표준을 위한 단위가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가정을 전제로 정의된 것이다. 현재 각국의 표준기관에서는 저항표준기와 전압표준기가 있어 옴의 법칙(전류=전압/저항)을 이용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암페어를 구현하고 있다.

물론 이같은 기준의 변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매우 미미한 수치다. 예를 들어 국제킬로그램원기는 50㎍이 가벼워졌다고 추정되는데, 이는 머리카락 한 가닥 정도의 미세한 질량이다.

박연규 표준연 박사는 “국제단위 재정의는 궁극적으로 단위의 기준이 흔들렸고 앞으로 더 변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는 단위에 불변이라는 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값이 변하지 않는 상수를 활용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미터다. 미터는 1875년 미터협약이 체결되면서 ‘국제미터원기’라는 물체를 만들어 기준으로 삼았지만, 현재는 불변의 상수인 ‘빛의 속력(c)’을 이용해 정의하고 있다.

미터와 같은 불변의 단위를 구현하기 위해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은 각각 플랑크 상수, 전하량, 볼츠만 상수, 아보가드로 상수를 활용해 개정된다.

킬로그램은 플랑크 상수로부터 정의되며 키블저울 또는 실리콘 구를 통해 표준값을 구현할 수 있다. 켈빈 재정의에는 에너지와 온도를 연결시켜주는 볼츠만 상수가 활용된다. 캘빈 재정의는 온도의 측정이나 측정소급성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몰은 입자의 특정 개수로 재정의되며, 암페어는 기존의 모호한 정의에서 벗어나 전하량 기준으로 새롭게 정의된다.

박상열 표준연 원장은 “단위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당장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일상의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의 한계까지 정밀해지는 것은 단위를 연구하는 측정과학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무궁무진한 기술들이 단위를 통해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단위의 재정의가 미래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본혁 기자/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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