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45156453 0012018051645156453 07 0701001 5.18.7-RELEASE 1 경향신문 0

[71회 칸 영화제] 라스 폰 트리에, 문제 감독의 문제적 신작

글자크기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 귀환했다. 2011년 <멜랑콜리아>를 들고 참석해 나치 옹호 발언으로 비판받은지 7년 만이다. 그가 들고 온 작품은 맷 딜런 주연으로 한국 배우 유지태가 깜짝 등장해 화제를 모은 <더 하우스 댓 잭 빌트>다. 영화는 상영 도중 관객 100여 명의 퇴장을 불러온 문제작이 됐다. 과도한 살인 묘사와 시체 훼손 장면 등이 관객에게 거부감을 불러왔다. 일부에선 감독이 자신의 예술에 대한 시각을 독특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평했지만, 해외 매체 대부분은 부정적 반응을 내놨다.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식 상영했다. 마니아 층이 확고한 감독의 영화 답게 기대가 컸다. 그러나 <버라이어티> 등 해외 매체에 따르면, 상영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떠났다. 과도한 폭력 장면이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날 진행된 상영에 참석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영화는 연쇄살인마 잭(맷 딜런)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60여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다. 영화에선 그의 범죄 행위 중 5건을 소개한다. 희생자는 주로 “멍청한 여성”들이다. 잭은 정체가 모호한 어떤 남성과 자신의 살인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한다. 잭과 처음 만나는 여성은 우마 서먼이 연기했다.

자동차가 망가져 오갈 데가 없는 여성은 우연히 만난 잭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한다. 잭은 여성을 태워 자동차 수리점까지 데려다주는 친절을 베푼다. 그런나 여성은 잭에게 느닷없이 “연쇄살인범 처럼 생겼다”는 얘기를 계속한다. 먼저 잭의 차에 올라탔음에도 낯선 사람의 차에 함부로 타면 안 된다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늘어놓는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두 사람의 대화에 몇몇 관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무표정한 얼굴로 여성을 응대하던 잭이 옆에 있던 빨간색 자동차정비용품으로 여성의 안면을 강타해 죽이면서 분위기는 반전한다. 이 장면에서 한두 명이 영화관을 떠났다. 잭은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시체를 처리한다. 이후에도 패턴은 반복된다. 잭이 희생자를 만나고 살인의 과정에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배치된다. 여자를 죽인 잭이 결벽증을 이기지 못하고 어딘가에 묻어 있을 핏자국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모습 등이 그렇다. 관객들의 웃음이 유발되는 지점이다.

그러나 점점 더 강해지는 폭력 장면에 객석을 떠나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특히 어린 아이를 죽인 뒤, 그 시체에 잭이 가하는 행동에서 꽤 많은 사람이 극장을 떠났다. 이 장면 즈음에 “아이에 관한 것은 민감하다”는 식의 대화가 영화 속에서 오간 것은 의미심장하다. 작품이 하고 싶어하는 많은 얘기들 중 하나가 예술, 특히 그것이 다루는 소재나 표현에 대한 것임을 짐작케 한다. 예술과 폭력성, 죽음, 잔인성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하고자하는 감독의 뜻이 느껴진다. 다만, 폭력의 이미지가 말하려는 바를 압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실 최근의 스릴러·고어 장르 영화를 생각하면 <더 하우스 댓 잭 빌트>의 폭력 묘사는 극단적이라고 까지 말하긴 어렵다. 그 폭력이 매우 단순한 소재의 하나처럼 그려지는 것이 관객의 거부감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엔 시체를 자동차에 매달고 질주하거나 여성의 신체를 자르는 등의 묘사가 거리낌 없이 보여진다.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가 하나의 ‘무섭거나 가혹한’ 장면을 위해 전부터 긴장감을 조성하며 분위기를 몰아가는데 비해, <더 하우스 댓 잭 빌트>의 폭력은 무심하기까지 하다. 이 부분은 무섭다기보다 기괴하거나 불쾌한 느낌을 준다. 살인 장면과 장면 사이에는 경쾌하면서도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잭이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하며 살인의 고통과 쾌락에 대해 얘기할 때, 이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언론 평가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이들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봤다. 영화의 독창성과 이미지들의 조화, 마지막 장면의 연출 등에 대해선 긍정적 시각이 있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 영화에 별 5개 만점에 2개를 부여했다. 이어 “폰 트리에는 독창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서도 “다만, (영화를 본 후에) 그것이 관객의 마음 속에 제대로 남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미국 영화 잡지 <스크린>은 “두 남자의 논쟁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지만, 폰 트리에가 믿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폰 트리에는 덴마크를 대표하는 거장인 동시에 문제적 감독이다. 그는 2000년 <어둠 속의 댄서>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2001년 칸 영화제에서 “히틀러를 이해한다…나는 나치다”라고 언급 한 뒤, 영화제로부터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인 기피 인물)로 지정돼 추방당했다. <더 하우스 댓 잭 빌트>는 한국 수입이 결정돼 곧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71회 칸 영화제는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한국에선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칸|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카카오 친구맺기]

©경향신문( 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