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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ISSUE INSIDE] 혼란 가중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분식회계 결론 나면 주식 거래정지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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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판단하기 위한 감리위·증선위를 앞두고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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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1라운드에서 금감원이 주도권을 쥐고 몰아붙였다면 2라운드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반격이 거세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로 잠정 결론 냈다고 특별감리 결과를 공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무분별하게 정보를 공개해 시장 혼란을 주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를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장에 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감리위와 증선위 결정이 났을 때 알려졌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처리 논란은 감리위원회(감리위)에서 대심제(對審制)로 진행될 전망이다. 분식회계 혐의를 지적한 금감원과 이를 반박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동시에 감리위 회의에 출석해 일반 재판처럼 공방을 주고받는 식이다.

5월 17일에 시작하는 감리위 첫 회의부터 대심제가 적용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번 사안이 갖는 중요성과 양쪽 모두 할 말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히 (대심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 과정에서 배제할 것도 지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심제 신청을 금융위가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지난 2월 금융위도 제재 절차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재 대상자의 의견진술권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감리위·증선위 심의가 ‘안건 설명 → 제재 대상자의 진술·문답 → 제재 대상자 퇴장 후 금감원 반박’ 등의 순서로 진행돼 재반박의 기회가 없는 제재 대상자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감리위에 이어 증선위도 열린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선위원장은 김학수 증선위 상임위원 겸 감리위원장에게 “사전 통지 사실이 공개돼 시장에 충격과 혼란이 있다”며 “감리위를 신속히 개최해 심의 결과를 증선위에 건의하라”고 지시했다.

논의에 따라 증선위 안건 상정 시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시장 우려가 큰 만큼 가능한 한 빠르게 일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증선위 정례회의가 열리는 5월 23일이나 6일 7일 안건이 상정돼 금융당국의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2월 발표한 자본시장 제재 절차 개선 방안에 따라 충실한 의견 청취와 심의를 거쳐 회의 운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배력 상실·가치평가 적절성 여부가 쟁점

▷금감원 결정 번복도 도마 위에 올라

이번 감리위와 증선위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배력 상실 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상장 직전 해인 2015년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공동투자자인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늘릴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7월 바이오젠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레터(Letter)’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 상장이 무산되면서 이 레터는 무의미해졌으나 콜옵션 행사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 간에는 콜옵션이 행사되면 이사회를 동수로 구성한다는 ‘주주 간 약정’이 존재했고, 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 단독으로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배력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삼성 측 논리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할 만한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근거를 금감원 측이 제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둘째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평가가 적정하게 이뤄졌느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보유한 지분가치를 취득원가(3000억원)에서 공정가치(4조8000억원)로 올려 잡았다. 4년간 적자를 내던 기업이 1조90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낸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 배경이다.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바뀔 때는 단순 투자한 금액을 반영한 장부상 가치가 아니라 시장 가격으로 환산한 기업가치를 회계장부에 기록할 수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가 5조원대에 해당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엔브렐과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의약품이 2015년 10월과 12월 잇따라 한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면서 기업가치도 커졌다고 봤다.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기관으로부터 평가받은 이 상품의 수익성을 반영했더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높게 계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과 시민단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고 반박한다. 주력 시장인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은 시점은 2016년 이후기 때문에 미래에 창출할 수익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5조원 규모로 평가한다는 것은 너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셋째, 금감원의 결정 번복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이전 정부에서는 금감원이 동일한 사안에 대해 문제없다고 했다가 정부가 바뀐 이후에 입장을 바꿨다는 지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외부 회계 전문가들이 먼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해 진행했고 관련 평가에서도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회사가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닐뿐더러 회계처리 적절성에 대해 증선위가 위탁한 한국공인회계사협회의 감리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분식회계 의혹이 있었다면 금감원이 상장 심사를 보류하고 재감리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는 반박이 존재한다.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가 있을 경우 회계법인은 금감원에 질의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 감사를 진행했던 회계법인은 금감원에 서면은커녕 구두 질의도 하지 않았다.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감리 과정 역시 한국공인회계사협회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금감원 입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전에 회사의 장부를 들여다본 일이 없었던 셈이다.

▶감리위 치열한 공방 예고…최종 결론은 6월

▷삼성 측 행정소송 불사…소액주주는 집단소송 나서

증선위 결론에 따라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와 고의성이 확인된다면 기관경고를 넘어 최악의 경우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언급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고 덩치가 크다 보니 상장폐지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분식회계로 결론이 날 경우 대규모 재무제표 수정에 따른 거래제한 조치 가능성도 나온다. 현행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규정상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당하거나 재판에 넘겨졌을 때 즉시 공시의무가 발생한다. 이와 별개로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갈 경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대규모 분식회계로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 지난해 10월 말까지 거래가 정지됐던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사례다.

이인철 참조은경제연구소장은 “증선위 판단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여부가 갈리게 된다.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외국인 자본과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분식회계로 결론이 난다면 최악의 경우 거래정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향후 지리한 법정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적잖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감원 제재가 내려진다면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투자로 손실을 본 소액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8호 (2018.05.16~05.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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