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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삼성물산 데자뷔 현대차-엘리엇 대결, 국민연금 판단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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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으로 추진하는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분할·합병에 대해 엘리엇이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며 29일로 예정된 모비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지분은 1%대에 불과해 주총에서 개편안을 무산시킬 확률은 낮다. 하지만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안의 공정성이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논리로 소액주주들의 표를 결집하면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 우호 지분은 30%를 조금 넘지만 외국인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물론 외국인이 모두 엘리엇 같은 투기자본은 아니지만 주총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지분 구조를 볼 때 이번에도 모비스 주식 9.8%가량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일 때 가장 큰 변수는 모비스 주가 흐름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모비스에 되팔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을 23만3429원으로 설정하고 최대 2조원의 자금을 준비했다고 한다. 반대 주주 9% 정도를 흡수할 수 있는 규모다. 모비스 주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면 다행이지만 계속 떨어지면 주식매수청구 수요가 몰리면서 반대 주주가 불어날 수 있다. 국민연금도 이런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주총 표 대결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쪽이 유리해진다.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모비스 주총에서 국민연금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도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합병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삼성물산 합병 건으로 곤욕을 치렀던 국민연금의 약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안에 반대표를 던지도록 하려는 것이다. 부담을 느낀 국민연금이 결정을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 전문위원회에 맡길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 자금을 책임진 만큼 투명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하지만 단기 수익을 노리고 작전을 벌이는 투기자본에 휘둘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에야말로 외부 입김이나 눈치를 배제하고 오직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와 수익률만을 보고 판단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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