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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사설] 3시간만에 경제상황 진단 바꾼 기재부의 그린북 수정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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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발표하면서 불과 3시간 만에 경제 상황 진단을 뒤바꾼 것이 뒷말을 낳고 있다. 그린북은 국내외 경기 흐름 분석을 통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견해를 담는 보고서다. 기재부가 이날 오전 8시께 공개한 그린북은 "최근 우리 경제는 1~2월 높은 기저 영향 등으로 광공업 생산과 투자가 조정을 받은 가운데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이라고 언급했다. 지난 4월까지 경제동향 보고서에 있었던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문구가 빠졌다. 이에 정부의 경기 판단이 긍정에서 중립으로 바뀐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고서 배포 3시간쯤 지나 기재부는 "전반적으로 회복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추가한다고 공지했다.

그린북의 경제 상황 평가 문구가 바뀐 것은 이례적이다. 기재부 측은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썩 개운치 않은 해명이다. 보고서에 담긴 각종 수치가 '회복 흐름 지속'이라는 설명과 괴리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3월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해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자동차, 기계장비 등의 부진으로 2.5%나 감소했다. 3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반면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4% 증가하고 소매판매는 2.7% 늘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제조업은 하향세, 소비심리는 개선'이다. 이 데이터를 회복 흐름 지속으로 보는 것이 보편타당한 해석인지는 시각에 따라 판단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원래 없었던 문구를 뒤늦게 끼워넣어야 할 만큼 객관적 회복 흐름을 보여주는 수치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경기 후퇴를 인정한 것처럼 비치는 것이 부담스러워 문구를 수정했다는 해석이 있다. 꼭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린북의 경제 상황 진단이 객관적 판단보다는 정부의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경제 상황을 현실보다 비관해 회복 심리를 꺾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뚜렷한 경기 후퇴 시그널을 외면하다 대책을 놓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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