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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금감원이 보는 삼바 분식회계 정황증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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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이 회사가 2014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약 95%까지 늘려온 것이 분식 회계가 있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중요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는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삼성이 지배력이 있느냐"다. 왜냐하면 바이오로직스가 자신이 보유한 바이오에피스 지분 91.2%를 2014년까지 장부 가격(2650억원)으로 회계에 반영하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지분 반영 회계 기준을 시장 가격(4조8000억원)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4년 연속 적자였던 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말 기준 1조9000억원 흑자 회사로 바뀌었다.

회계 기준에서 볼 때 어떤 기업에 대해 확실한 지배력을 갖고 있는 경우 그 회사 가치를 장부 가격으로 평가하고, 지배력이 없다면 단순 투자로 간주해 시장 가격으로 가치를 평가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지배력을 잃었다고 해 놓고 지분은 95%까지 늘렸다"며 도중에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이 문제라고 본다. 지분 구조를 보면 오히려 2015년 말 이후 삼성의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은 더 커졌다는 것이다.

바이오에피스가 2012년 설립됐을 때 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지분율은 85% 대 15%였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작년 말까지 삼성이 약 7000억원을 투자하는 동안 바이오젠은 약 60억원만 투자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바이오젠 지분율 격차는 2015년 말 91.2% 대 8.8%에서 작년 말 94.6% 대 5.4%까지 벌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배력을 잃었다면서 회계기준을 바꿔놓고, 그 이후에도 삼성이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자금을 투입한 것은 바이오에피스라는 기업에 대한 삼성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는 뜻”이라며 “이를 포함해 다양한 정황 증거를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시해 종합적인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을 반박 근거로 삼는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투자해 바이오에피스를 만들 때 향후 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로 늘릴 수 있는 조건의 계약(콜옵션)을 했다. 삼성 관계자는 “바이오젠은 나중에 바이오에피스가 성과를 거뒀을 때 언제든 콜옵션을 행사하면 싸게 지분을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도중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 2015년 말부터 바이오에피스의 새 복제약 판매가 가시화하는 등 전망이 좋아지면서 바이오젠이 곧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회계에 반영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했다. 바이오젠이 지분을 49.9%로 늘리면, 이사회에서 삼성과 바이오젠 측 이사 숫자가 똑같아지고 주주총회 의결도 지분 52%를 확보하도록 돼 있어 바이오젠 동의 없이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는 것도 삼성 측 주장이다.

한편 금감원이 삼성 측 분식 회계 여부가 확정되기 전 사전 통지 내용을 외부에 알린 것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10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감리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까지 난 뒤에 (분식 회계 여부가) 공개됐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금감원을 공개 비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총리 말이 일리가 있다”며 “금감원이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해도 되는 건지 등을 향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한국 기자(kore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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