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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미투’ 이후 칸, 개막 키워드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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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성 불균형’ 비판받아

올해 여성 심사위원장 임명

성폭력 핫라인 개설 등 변화

제71회 칸 국제영화제가 8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성평등’이 영화제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전 세계적 현상이 된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오랜 역사의 칸 영화제도 바꾸고 있다는 외신들 평가가 나온다.

개막 전날인 7일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영화는 항상 남성의 손에 달려 있었다. 미래에는 더 많은 여성 제작자들이 있을 것”이라며 성 불균형의 쇄신을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변화하는 세상에 보조를 맞추고 싶다”며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폭로와 이어진 미투 운동 이후 영화제의 관행을 재검토하게 됐다고도 밝혔다.

칸 영화제는 수년 전부터 성 불균형을 지적받아 왔다. 수상작을 결정하는 심사위원단은 대부분 남성 위원으로 꾸려졌다. 71년 영화제 역사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은 <피아노>(1993)의 제인 캠피언이 유일하다. 2015년에는 굽 낮은 구두를 신은 여성 관객들이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사회장 입장을 거부당한 일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탈리아 여배우 아시아 아르젠토가 1997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곳도 칸 영화제였다. 이 때문에 지난해 가을 이후 세계를 강타한 미투 운동이 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렸다.

이후 지난달 중순 발표된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 9명 중 여성이 5명 포함됐다. 호주 출신 배우 케이트 블란쳇(49)과 지난해 와인스타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프랑스 배우 레아 세이두(33) 등이 이름을 올렸다. 블란쳇은 심사위원장으로도 임명됐다. 여성이 위원장을 맡은 것은 이번이 12번째이며 블란쳇은 미국 직장 내 성폭력 및 성차별 근절 운동 단체인 ‘타임스 업’의 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 프랑스 당국도 영화제 기간 성폭력 전용 핫라인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을 포함해 총 21편이다. 이 중 3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다. 오는 12일에는 블란쳇을 포함한 여성 영화 관계자 100여명이 레드카펫을 행진하는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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