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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교수' 시절 어떤 연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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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감독 분리 꾸준하게 강조…감독기구 자율성 확대 주장

부실감독이 금융사고 초래·금융사 통합시 시스템리스크 증대

세계파이낸스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 원장이 8일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 13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8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윤 신임 원장은 30년 넘게 걸어온 학자의 길을 뒤로하고 금융감독을 진두지휘하는 감독기구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세 번 째 비(非)관료 출신 금감원장인 그는 어떤 성향의 인사일까. 윤 원장은 경제학자로서 줄곧 금융감독기구의 독립적 역할을 강조해왔다.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관치금융의 폐해와 감독시스템의 미비를 꼽으면서 금융소비자 피해를 막을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세계파이낸스는 윤 원장의 과거 연구활동을 토대로 그의 금융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봤다.

◇ 금융감독 독립성 강조…소비자피해 막아야

윤 원장은 금융감독구조를 꾸준히 연구해온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그는 이날 취임사 첫머리에서도 "개인적으로 금융감독에 관심이 많아 밖에서 여러분(금감원 임직원)들을 지켜봐왔다"고 말했다.

그가 연구한 분야와 내용들을 살펴보면 금융감독과 관련된 것들이 적지잖다. 그는 지난 2005년 한림대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료 교수와 함께 발표한 '금융감독기구 지배구조의 재설계'논문에서 "금융감독기구는 정부, 정치권 및 금융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고 감독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책임성과 투명성을 확립·유지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기준으로 감독기구 지배구조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윤 원장은 논문에서 감독기구를 민간 공적기구로 일원화하자고 제안했다. 관 조직인 금감위 및 금감위사무국 그리고 민간조직인 금감원을 통합해 금융감독원으로 일원화하되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하여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파이낸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숭실대 경영학부 시절인 2012년엔 '한국금융의 반성과 개혁과제'를 통해 금융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부실감독의 원인으로 금융감독이 정부의 기타 정책목표에 압도돼 독립성을 훼손당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독립성·책임성·전문성 확보에 유리한 민간기구가 금융감독을 맡고 정부는 감독기구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는 틀이 바람직하다는 게 그의 논리다.

감독기구의 장(長)은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자고도 주장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만 금감원장은 그러한 과정이 없다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해왔다. 금융감독의 수장이라는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금감원장도 국회 청문회를 거쳐 임명해야 한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본지 3월 16일자 '금감원·금융사간 도넘은 '신경전'말말말… ' 기사 참고)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소비자보호기본법의 제정과 과제'에서 최근 발생한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관치금융 및 부실 금융감독 시스템을 지목했다. 정부의 혁신금융, 기술금융에 대한 신 관치금융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 및 위험이 소비자로 전가가 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규제(사전적 및 사후적 소비자보호 규제)와 하드웨어 규제(소비자보호감독체계)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2010년엔 정지만 상명대 금융경제학과 교수와 함께 '시스템리스크와 거시건전성 정책체계'를 발표하면서 중앙은행과 감독기구 간 분리체제를 유지하면서 감독기구의 거시건전성 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융안정망 참여기관 간 정책공조와 업무협력을 확보하도록 금융안정협의회를 법제화하자고 제안했다.

연구물은 아니지만 윤 원장이 과거에 낸 성명서에도 그의 주된 관심사가 잘 드러난다. 그는 저축은행 사태, 동양 사태가 한창이던 2014년 2월엔 동료 교수 5명과 함께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금융소비자보호를 더 이상 미루지 말라는 긴급 성명서를 냈다. 당시 윤 원장은 "금융산업정책은 정부가 하되, 그 이외의 감독기능은 민간의 몫으로 돌려 금융감독의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무엇보다 금융위로부터 독립적인 금융소비자 보호기구를 만들어 금융소비자 보호가 비로소 온전히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사 시스템리스크 영향 연구도

금융감독구조와 금융소비자보호 외에 금융사 통합과 관련된 연구물도 있다. 그는 지난 2015년 박래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와 함께 발표한 '금융기관 통합이 도산과 시스템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에서 금융회사 간 통합이 도산확률과 경제의 시스템리스크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이는 두 금융회사의 사전적 현금흐름 간 불완전 상관성에 따른 위험분산효과로 인해 통합 후 금융회사 현금흐름의 변동성이 낮아지는 반면 통합금융회사의 부채는 두 금융회사의 사전적 부채가 단순 합산됨으로써 변제 의무액이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의 통합은 경제 내에 존재하는 금융회사의 수를 줄이고 더 나아가 대형화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게 되는데, 이런 금융회사가 도산하면 시장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확대되면서 시스템리스크를 높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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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발표된 '금융기관 통합이 도산과 시스템리스크에 미치는 영향' 논문 표지 캡쳐.


윤 원장은 해당 논문에서 당시 국내산업 환경에 맞춘 시사점도 제시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2015년 산업은행과 통합)의 통합은 도산확률을 높이고 따라서 정부의 부담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2015년 통합)간 합병에서도 양자간 통합은 도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2015년 동료 교수들과 함께 발표한 '국내은행들의 수익성결정요인분석 : 중개기능을 중심으로'에선 기존의 총자산이익률(ROA)나 위험조정총자산이익률(RAROA)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은행들의 중개기능의 진화를 드러내는 수수료이익과 예대이자이익의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의 중개기능진화를 반영한 새로운 수익성 지표인 중개이익을 통해 국내은행들의 수익성결정요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비이자이익을 상승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간주되던 수수료이익의 증가가 중개이익을 상승시킨다는 실증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이 밖에 지난 2009년 4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법을 통과하며 민영화가 화두로 떠올랐을 당시, 윤 원장은 산은 민영화 추진의 당위성과 효과적인 추진방향을 다룬 '산은 민영화 이슈 관련 주요이슈(수정본)'에서 산업은행의 민영화는 자신의 강점을 살려 기업금융전문 투자은행업 추진전략이 바람직해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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