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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부작사부작] 탠디 구두장인의 애타는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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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공임 인상·직접 고용 촉구 12일째 본사 농성

어버이날, 자녀에 “울지마라”며 아버지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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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탠디본사 3층에서 점거농성 중인 최양규(60)씨가 자신을 찾아온 딸 은별씨와 통화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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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울긴 왜울어”

농성장을에 처음 온 딸은 창문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아빠를 보고 울음이 터뜨렸다. 한 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다른 손을 흔드는 최양규씨는 딸을 달랬다. 하지만 이내 본인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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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임단가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탠디본사에서 점거농성중인 제화노동자들이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카네이션 바구니가 달린 창문 사이로 투쟁을 외치고 있다. 카네이션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온 딸과 손주는 철창 사이로 인사를 해야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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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잔인한 5월이구나.’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관악구 탠디본사를 찾았다. 3층 창문에 카네이션 바구니가 걸려있다. 12일째 탠디본사 3층에서 점거농성중인 탠디 하청 노동자의 자녀들이 전하고 간 카네이션이라고 한다. 이날 오전에는 한 노동자의 딸과 사위, 손주가 왔다고 한다. 그러나 1층 입구에서 철창을 사이에 두고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현재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탠디본사 출입구들을 관리하며 농성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힘내라고 응원을 하는 9살짜리 손주 앞에서 제화노동자들을 향해 용역들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구걸하려면 딴데가서 구걸해.” 그들에게도 어버이가 있고, 그들 자신도 어버이일 수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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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관악구 탠디본사 1층 쇼룸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탠디 본사 3층에는 제화노동자들이 공임단가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2일째 점거농성 중이다. 이에 탠디는 건물 앞 출입구를 모두 차로 막아놓고 용역을 고용해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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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그리고 2000원

점거농성 이후 탠디와 노동자들은 두 번 협상시도를 했다. 공임단가 2000원 인상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탠디가 제시한 인상액은 1차 500원, 2차 650원~700원이었다. 8일 오후에 세 번째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제화노동자들은 지난 8년여동안 공임단가 6500원~7000원을 받으며 일해왔다. 같은 기간 정기수 탠디 대표이사를 비롯한 오너 일가는 120억 원의 배당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탠디는 정기수 대표이사(53%)와 배우자 박숙자씨(10%), 장남 정인원씨(37%)등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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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관악구 탠디본사 앞에서 한 제화노동자가 ‘탠디노동자들 어버이날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탠디 본사 3층에는 제화노동자들이 공임단가 인상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12일째 점거농성 중이다. 이에 탠디는 건물 앞 출입구를 모두 차로 막아놓고 용역을 고용해 농성중인 노동자들 감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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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디노동자들 어버이날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47명의 노동자들이 12일째 1m가량의 좁은 복도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막내 박완규씨가 올해로 마흔아홉. 머리가 히끗한 노동자들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이다. 이날 오전 농성장을 찾은 가족들이 아버지의 건강이 걱정돼 119에 신고했지만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진입조차 못했다. 사측의 주장은 농성을 포기한 뒤 나와서 진료를 받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는, 아버지는 투쟁을 멈출 수 없다. 어버이날 오후 예정된 3차 협상에서 기쁜 소식이 들리길 바라본다. 사측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환한 웃음을 꿈꿔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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