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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64>스마트사회와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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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노래 한번 해봐.” “가사를 몰라서 못해요.” 회식 자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화다. 노래가사만이 아니다. 기억하는 전화번호도 별로 없고, TV 스위치가 옆에 있어도 리모컨을 찾아다닌다.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하루가 갑갑한 것은 몇 년 사이 일어난 현상이다. 스마트시대 특징이라고 웃고 넘기기에는 남기는 의미가 크다. 컴퓨터 의존도 증가와 함께 사람이 점점 단순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단순화는 또 다른 의미에서 통제가 용이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스마트시대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선도하고 있다. 어느새 바둑천재 이세돌을 이기는 AI 알파고가 당연해지고, 2018년 평창올림픽 컬링 시범 경기에서 사람이 AI를 이겼다고 화제가 됐다. AI와 사람의 대결은 이미 사람에서 컴퓨터로 승리의 추가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AI 로봇이 인간을 돌보는 모습에서 통제의 조종간이 컴퓨터에 전이되는 내일을 우려할 시점이다.

최근 발생한 '드루킹 댓글 사건'은 단순한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여론을 주도하는 일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주었다. 사회 흐름을 사고하고 분석하기보다는 표현되는 대로 받아들이는 일에 대부분 사람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AI의 주식시장 조작, 댓글의 정치권 여론 주도, 빅데이터의 동영상 추천서비스, 동영상 강의가 만든 편향 교육, 획일화된 정부 정책 등이 모두 단순 뇌 구조로 진화하는 인간에게 군림하는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다양성과 개별성이 상실되고 개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나락으로 떨어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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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정부는 오는 9월부터 프랑스 초등학생은 매일 15분씩 암산과 받아쓰기 수업을 받도록 지시했다. 블랑케 교육부 장관이 기초교육 심각성을 인식하고 인지신경과학자의 자문을 받아 도출한 결과다. 프랑스 교육계 일부는 개인주의를 무시한 지나친 스파르타식 교육이라고 반발하지만, 강제 시행하려는 방식을 제외하면 두뇌 훈련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편의를 버리고 기본훈련으로 사고능력을 함양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기본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기반 지능정보사회에서 정보 수집과 기억 능력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문제해결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주입식 암기교육, 단순한 풀이교육, 입시위주의 찍기 교육을 지양하고, 사고능력을 제고하는 두뇌훈련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음악을 만들고 그림을 분석하는 학습, 토론을 통해 설득하고 소통하는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어야 한다. SW코딩도 두뇌 훈련의 한 방법이다. 두뇌 활성화를 촉진하는 암산 교육이나 자연 탐구로 현상을 분석하는 교육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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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국민이 필요한 교육을 내일의 주역들 제공하는 정부 노력은 국가 미래의 초석을 놓는 것이다. 교육에서 미래를 만들지 못하면 정부의 직무유기다. 입시제도를 논의하는 수없는 공청회와 논쟁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작 우리의 아이에게 필요한 기본교육은 고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인간이 컴퓨터를 지배할 것인지, 컴퓨터가 인간을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현재를 사는 인간의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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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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