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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대상포진 걸려도 모유수유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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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대상포진은 환자를 접촉했다고 옮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어린이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전염될 수 있으므로 격리하는 것이 좋다. /사진 제공=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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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42] 대상포진에 걸렸다. 감기로 열이 펄펄 끓는 두 녀석을 밤새 간호하고, 요로 감염에 걸려 병원에 입원한 둘째를 돌보느라 몸이 약해진 탓이다. 겨드랑이와 팔이 저릿하고 감각이 없어 병원에 가볼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애들이 아파 못 갔다. 17㎏의 첫째, 12㎏의 둘째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아 근육통이 왔나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작은아이가 병원에 입원한 둘째날, 등에 수포가 올라왔다.

수포인 줄도 몰랐다. 벌레에 물린 줄 알았다. 조금 간지럽고 화끈거릴 뿐이었다. 다음날 팔 안쪽과 가슴에도 수포가 올라왔다. 대상포진을 앓은 지인에게 증상을 물었다. 처음엔 묵직하게 아파 신경통이나 근육통을 의심하는데 이내 좁쌀만 한 수포가 올라온다고 했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등 림프절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아픈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상포진은 중장년층이 많이 걸리지만 젊은 사람도 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걸릴 수 있다. 그나마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고생이 덜하다.

종합병원에 입원 중이라 간호사와 의사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간호사에게 이야기 하니 대상포진 가능성이 높다며 의사를 불러왔다. 의사는 대상포진인 것 같다며 병원에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많아 전염될 수 있다고 했다. 대상포진 환자를 접촉했다고 옮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수두를 앓은 경험이 없는 사람, 어린이나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는 전염될 수 있으므로 격리하는 것이 좋다고 의사는 설명했다. 접촉으로 병이 옮지만 드물게 공기 중으로 전염된다는 연구도 있으니 아이와 따로 지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날 밤 퇴근한 신랑과 배턴 터치를 하고 나는 얼떨결에 자유부인이 됐다.

다음날 피부과에 가 대상포진 확진을 받았다. 일주일가량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를 먹으면 된다고 했다. 복용 중에 모유 수유는 가능하나 유축해서 먹이길 권했다. 과거 항생제 복용 중에 모유 수유를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며칠 후 다른 의사에게 물었다. 모유 수유는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다. 혼란스러워 약사에게 물으니 "약이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될 확률이 20% 정도인데 의사가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모유 수유 가부 여부가 갈리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명쾌했다. 나는 모유를 버리기로 했다.

5일 동안은 아이들을 보지 못했고 나머지 3일은 아이들을 보긴 했으나 만지지 못했다. 둘째에게 모유는 주지 않았다. 독한 약이 아이에게 갈까 찝찝했기 때문이다. 모유 없이 잠들지 못했던 아이는 분유 200㎖를 원샷하고 잘 잤다. 단유 시기를 정하지 못하던 나는 얼떨결에 단유를 했다. 복직 전,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마음이 약해 하지 못했던 것을 대상포진에 걸린 김에 하게 됐다.

단유하는 데 특별한 준비는 필요하지 않다. 약을 지어 먹거나 단유 마사지를 받기도 하지만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소속 소아과 의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의사는 "수유 횟수를 줄이면 자연스레 젖 양이 줄고 더 줄이면 저절로 단유가 된다"며 "가슴이 정 불편하면 약을 지어줄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젖 양을 줄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나는 자연스레 유축 횟수를 줄이며 단유를 했다. 둘째 출산 이후 처음으로 통잠도 잤다.

눈앞의 아이들을 만지고 안아볼 수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아이들의 살냄새도 그리웠다. 수포가 난 부위에 딱지가 가라앉고 의사가 아이들과 접촉해도 된다고 하던 날 아이들을 있는 힘껏 안아줬다. "엄마 다 나았어?"라고 묻는 첫째와 강아지처럼 살을 부비는 둘째를 보니 이 맛에 아이를 키우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가 건강해야 가정이 유지된다는 남편의 말을 곱씹어 봤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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