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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개혁론자’ 윤석헌, 은산분리 완화 대형IB 출현엔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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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등 통해 본 금감원장 소신

“금융산업 진입 규제 풀어야” 불구

산업자본 은행 소유 규제 완화와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 등은 경계
한국일보

윤석헌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연수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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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취임해 산적한 금융감독 현안을 다루게 될 윤석헌(70) 신임 금융감독원장의 소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한 개혁 성향을 지닌 금융 전문가’라는 것이 윤 원장에 대한 일반적 평가이지만, 그의 과거 기고문, 보고서, 토론회 발언 등을 살펴보면 사안별로 입장이 뚜렷해 단순히 ‘개혁’으로 뭉뚱그리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금융산업 진입 규제는 대폭 풀어야 한다고 ‘개혁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나 대형 투자은행 출현은 강하게 경계하는 ‘보수적’ 모습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국회 입법조사처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정부가 규제를 건별로 완화해 상품과 제도를 허용하는 ‘열거주의(포지티브)’ 규제에서 ‘포괄주의(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분화되고 엄격한 인허가 요건 때문에 금융권에 신규 기업 진입이 제한되고 경쟁력도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 원장은 핀테크(IT기술을 접목한 금융서비스), 블록체인 등을 금융산업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불어넣을 영역으로 옹호해왔다. 윤 원장이 위원장으로 활동한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는 지난해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 금융상품 제조회사와 신생 핀테크기업, 판매 대리ㆍ중개업자, 자문업자 등이 유기적인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규제 테스트베드(시험장) 운영을 제도화해 금융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지속적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 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1월 “거래소를 강제로 폐쇄하면 미충족된 투자ㆍ투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가상화폐가 화폐가 아니라는 지적은 가격 급등락에 비춰 수긍이 가지만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며 “투기 광풍이 걷히고 난 후 블록체인이 금융 플랫폼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상화폐 거래를 금융행위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당국 입장과는 사뭇 다르다.

반면 윤 원장은 은산분리 완화에 대해선 줄곧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허용하면 금융의 독립성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그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과정에서 불거진 은산분리 완화 요구에 강경하게 반대해왔다. 2015년 10월 국회 토론회에선 “산업자본이 은행 주인이 되면 자원배분 결정에서 모기업 이해를 반영하거나 최소한 그런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며 “극단적으로는 모기업의 사금고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금융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를 모기업으로 전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 혁신위 보고서에서도 “은산분리 완화가 한국금융 발전의 필요조건으로 보지 않는다”며 “핀테크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지만 이를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연결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윤 원장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또한 은산분리 규제에 반하는 조치라는 이유로 부정적으로 본다.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확대는 국내 금융산업의 전업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부실 대출로 인한 투자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그는 2016년 언론 기고에서 “(증권사의)덩치가 커진다고 갑자기 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증권사의 IB 기능 활성화가 자본시장 발전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 보고서에서도 “IB 역할은 지분투자,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구조화금융,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대출, 증권대여, 자문 업무) 등 투자은행 고유의 기능에 해당하는 신용공여로 제한하거나 신용공여 대상을 신생ㆍ혁신기업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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